지속가능한 삶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환경 오염,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을 위한 변화된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병든 지구를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모여 분명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을거라 믿는다. 환경 문제를 자각하는 것, 자라나는 아이에게 환경 교육을 하는 것 또한 환경 운동이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짚어보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환경 관련 영화 4편을 소개한다.
계속 지금처럼 지내도 괜찮을까?
10년
홍콩을 시작으로 태국, 대만, 일본에서는 10년 뒤 각국 사회를 그려보는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가 제작됐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신인감독 5명이 다룬 일본 사회는 우리와 닮은 구석이 많다. 고령화 사회, 인공지능으로 완전 통제하는 교육, 전쟁 등을 다룬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편이 특히 인상적이다. 방사능 오염을 피해 지하로 이주한 사람들은 지상세계를 가장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하세계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진짜 태양이 얼마나 눈부신지, 바람은 얼마나 상쾌한지, 비를 맞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궁금해 한다. 2031년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10년 뒤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계획들이 현실로 나타날 가까운 미래이다. 계속 지금처럼 지내도 괜찮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
옥자
‘옥자’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탄생한 슈퍼 돼지다. 미란도 기업의 CEO 루시 미란도는 상품성 높은 슈퍼 돼지를 탄생시키기 위해 교배된 아기 돼지 26마리를 세계 각지 축산농민들에게 보내 10년 후 가장 잘 기른 슈퍼 돼지를 뽑는 콘테스트를 열기로 한다. 그중 한 마리인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10년을 같이 자란 친구이자 가족이다. 옥자에게 숨겨진 사연을 전혀 알지못하는 미자. 어느 날, 옥자를 찾아온 미란도 직원들은 옥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를 슈퍼 돼지 콘테스트의 우승자로 선정하고 뉴욕으로 데려간다. 옥자를 되찾기 위한 미자의 추격전이 펼쳐지는 내내 옥자가 무사히 미자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그의 자유를 응원했다. 또, 잔인한 도축 시스템에 대해 분노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멈출 힘이 없다면 깐깐한 소비자라도 되어야 할 때다.
사람 크기가 작아지면 쓰레기도 줄어든다?
다운사이징
집집마다 문 앞에 쌓인 택배 상자를 보면 ‘누가누가 더 많이 사나’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사고, 또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오죽하면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소비 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이 등장했을까. 영화 <다운사이징>은 인구과잉, 그로 인한 환경오염, 종말이 가까워진 인류 문제를 사람의 크기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몸 크기가 작아진 만큼 집, 옷, 음식 필요량, 심지어 쓰레기 배출량도 줄어든다. 구매에 필요한 돈이 적어지니 럭셔리 라이프가 가능해진다는 기적의 논리다. 다운사이징을 해서 모두 부유한 상태가 되면 좋겠지만, 축소 인간 사회에서도 빈부격차가 생기고 범죄가 발생하며 환경이 오염된다. 물질에 눈 먼 인간의 욕망은 그곳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줄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아이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월-E
쓰레기더미가 된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 우주로 떠난 지 수백 년. 아무도 없는 지구에 홀로 남아 일만 하며 지낸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 ‘월-E’의 유일한 친구는 바퀴벌레와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이다. 그런 그에게 매력적인 탐사 로봇 ‘이브’가 찾아오며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모험이 시작된다. 수백 년간 우주선 안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며 우주를 떠 돈 인간들은 모두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져 있다. 월-E의 등장으로 지구의 소중함을 깨달은 인간들이 월-E와 힘을 합쳐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마치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인간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월-E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다뤄 아이와 함께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격인 영화다.
정리 오정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