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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May 22. 2020

하루 한 번, 보글보글 물 끓이기

플라스틱 페트병 줄이기

2년 전 이사를 하며 정수기를 버리고 생수를 구입해 마시기 시작했다. 예쁘지 않은 정수기가 자리까지 많이 차지해 눈에 거슬리던 차에 정수기 위생관련한 이슈가 꽤 있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안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수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안심하고 물을 마시는 대신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어마어마하게 쌓이는 페트병이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자리하게 된 것.


하루 3~4L의 물을 거뜬히 마시는 ‘물먹는 하마’같은 남자와 2~3시간마다 차와 커피를 습관적으로 끓여 마시는 여자, 매일 500ML의 생수를 들고 등원하고, 놀이 중간중간 식탁으로 와 홀짝홀짝 은근히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어린이가 함께 살고 있으니 하루에도 2L짜리 페트병 서너 개와 500ML짜리 하나는 기본이었다. 분리수거함에 페트병을 넣을 때마다 일던 죄책감은 우연히 보게 된 KBS 다큐<출구 없는 쓰레기 전쟁>을 보고 폭발하고 말았다. 


식수에 대한 고민을 하다 


‘정수기를 다시 들일까?’ 멀리 보면 그것도 답은 아니었다. 일단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부지런히 마실 물을 끓이며 생수 구입을 반으로 줄여 보기로 했다. 특히 아이에게 챙겨주거나 외출 시 챙기는 작은 사이즈의 생수는 더 이상 구입하지 않고 보온병이나 텀블러에 끓인 물을 담아 나가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Ⅴ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 

하루 한두 번 물을 끓이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매일 주전자를 깨끗하게 닦아야 하고, 집안 물병과 텀블러들이 총동원된다. 외출 시 작은 생수 하나 챙기면 됐던 이전과 달리 보온병에 물을 담아 나가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덕분에 구입한 생수만 마실 때보다 설거지가 꽤 많이 늘었다. 식수로 끓인 물을 선택하려면 부지런함을 장착해야만 한다.   


Ⅴ 페트병이 줄었다 
일단 페트병에 든 생수 소비량이 1/3 이상 줄었다. 다양한 종류의 끓인 물을 마시다 보니 주스나 탄산 등 다른 음료를 마시는 빈도도 급격하게 줄어 페트병 전체 배출량이 감소했다. 한 달 동안 나도, 남편도 음료수를 주문하거나 밖에서 사 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늘 자리가 모자라 캔&유리 분리수거함 자리까지 침범하던 페트병이 이번 달에는 침범할 일이 없었다.      



Ⅴ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결명자, 보리차, 옥수수차 등 여러 종류의 물을 끓여 마시는 재미가 쏠쏠했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도, 부엌에 퍼지는 보리차향도 좋다. 물병 가득 물을 채워 냉장고에 넣어두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껴지고 어릴 적 보리차향이 진동하던 엄마의 부엌이 떠올라 혼자 향수에 젖기도 했다. 조금 귀찮지만 한 달 동안 익숙해지니 꾸준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갈 길이 멉니다!


식음료 페트병은 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꽉꽉 채워지는 분리수거함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플라스틱 탄생 150여 년, <플라스틱 없는 삶>을 쓴 그린피스 활동가 윌 매컬럼은 2050년 즈음에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물고기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는 2020년을 살고 있고 아마 2050년도 살게 될 것이다. 나, 우리 그리고 모든 지구인의 #당장챌린지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나요?

★지구를 구하는 상상력이 담긴 '지구인카드' 펀딩 중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편집부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매주 연재된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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