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장프로젝트 Mar 31. 2021

플라스틱 칫솔을 고집할 이유가 없잖아요

대나무칫솔은 플라스틱 칫솔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고 환경에도 덜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칫솔 바꾸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에디터의 경험을 전한다.  

© mrthetrain, 출처 Unsplash

플라스틱 칫솔을 째려 보기 시작했다


칫솔걸이에 매달린 칫솔 머리에 이빨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아이들처럼 칫솔을 씹은 것도 아닌데 입안 구석구석을 닦는 동안 치아와 마찰하면서 생긴 자국이다. 선명한 자국을 남길 정도라면 조금씩 갈려 떨어진 플라스틱 조각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겠구나 싶었다. 버려진 칫솔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부서지고 쪼개져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 세 번 양치질을 하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조각을 삼켰을까.

© naja_bertolt_jensen, 출처 Unsplash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진행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 신용카드 한 장이나 볼펜 한 자루 정도 수준. 1개월에 21g 분량인데, 칫솔 1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셈이다.

대나무 칫솔 쓰기를 망설였던 이유


둥근 해가 뜨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는다. 윗니 아래 이를 닦을 때 손에는 늘 플라스틱 칫솔이 쥐어 있었다. 하루에 최소 3번은 플라스틱을 입에 물고 있는 거다. 게다가 2~3개월에 한 번씩은 새 칫솔로 바꾼다. 매일 쓰고 수개월 만에 버리는데 그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인식조차 못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일 테다.

칫솔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지만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잘 닦일까? 사용감 괜찮나? 대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환경 파괴 아닌가? 칫솔로 환경 파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나? 기능에 대한 의심과 쓸데없는 걱정, 나의 실천이 가지고 올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쓰레기 너무해” “제대로 버려야지” “안돼, 거북이 죽어”


칫솔은 경험적으로 선호하는 칫솔모 굵기와 칫솔 헤드 모양, 크기가 있기 마련이다. 대나무 칫솔은 선택의 폭이 작을 줄 알았는데, 칫솔 헤드 모양과 크기, 칫솔모 굵기가 다양했다. 안타깝게도 완전히 자연분해되는 칫솔모는 없다. 동물 털을 쓸 수는 있다는데 칫솔 본연의 기능 수행에는 부족하다. 기존 칫솔과 유사한 ‘PBT’ 나 ‘나일론 6’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사용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플라스틱 안 쓰겠다고 대나무를 베어내는 모순적 환경파괴를 걱정했었다. 대나무는 폭풍 성장하는 습성의 단단한 풀이라서 오랜 시간 생장해 한순간에 베이는 나무보다는 환경 파괴가 덜하다. 물과 햇볕만 있으면 하루에 30cm 이상, 최대 1m까지도 자란다니 얼마나 고마운 풀인가. 대나무잎을 주로 먹는 판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판다가 먹지 않는 모소대나무로 칫솔을 만든다.

  칫솔은 플라스틱 칫솔과 동일하게 - 플라스틱 칫솔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 -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 일반쓰레기로 분류된 칫솔은 소각하거나 매립하는데, 대나무는 시간이 흐르면 분해되지만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는다. 에디터는 칫솔 머리 부분만 잘라내고 텃밭 식물의 이름표로 활용하려고 한다.


 플라스틱 칫솔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대나무칫솔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대나무 칫솔을 쓸 이유가 충분하다.

내 돈으로 내가 산 대나무칫솔


여행 중 편집숍에서 ‘대나무칫솔’의 실물을 처음 보았다. 환경을 생각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냈다는 게 기특해서 구입했는데, 그저 기념품으로 소장하고 있다가 당장챌린지를 계기로 쓰기 시작했다. 대나무칫솔이 플라스틱 칫솔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 소중한 제품인데, 브랜드와 가격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은 집에서는 ‘험블브러쉬’, 회사에서는 ‘닥터노아’ 대나무칫솔을 쓰고 있다. ‘험블브러쉬’는 모소대나무 손잡이에 나일론6 칫솔모로 만들어진 스웨덴 브랜드 대나무 칫솔이다. 간결한 디자인과 더불어 칫솔모 색상이 다양해서, 가족끼리 헷갈릴 염려가 없다. ‘닥터노아’는 치과의사가 한국인 구강 구조에 맞게 디자인했다. 이중 코팅으로 방습력이 높였다. 대나무 칫솔 중 유일하게 국내 생산한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가는 당장챌린지. 지난해부터 당장챌린지를 실천하면서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단연 화장솜 안 쓰기다. 일상 생활에서 매일 만들던 쓰레기를 더는 만들지 않게 됐고, 덕분에 피부 자극까지 줄었다. 그리고 칫솔을 플라스틱에서 대나무로 바꾸는 이 도전을 큰 변화를 가져온 경험으로 꼽게 될 것 같다.

© qgadrian, 출처 Pixabay
당장챌린지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한 가지 정해서 실천하고 습관을 만드는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배송 없는 한 달 살기, 페트병 반으로 줄이기, 배달음식 주문하지 않기, 분리배출 제대로 하기 등 일상 속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는 새 습관을 만들어간다. 성공의 뿌듯함을 담은, 혹은 실패 후의 반성과 변화를 담은 생생한 후기는 계속된다.

 한미영 기자

작가의 이전글 고군분투 친환경 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