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18~7.27 방콕 (3)
유니크한 숙소, 274 Bed and Brews
여행 전 예약사이트의 사진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란 한 달 전의 치앙마이를 떠올리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숙소를 골랐습니다.
짧지 않은 일정인 만큼 여행 기간 내내 4성급 이상의 고급 호텔에서 머물기가 부담스러웠어요. 수완나품 공항 인근에서 머물 여행 초반에는 비교적 저렴한 숙소에서 Humble한 날들을 보내겠다는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방문객들의 평가가 좋고, 어딘가 '색다른’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기준도 있었어요. 그리하여 선택한 숙소가 바로 <274 Bed and Brews>였습니다.
이곳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Hua Takhe Old Market과 몹시나 어울리는 숙소,입니다. 예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나름의 색깔을 갖고 재해석한 것이 흥미로운 곳이었어요. 부킹닷컴에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방콕에 자리한 274 Bed and Brews에서 머물러보세요. 숙소는 다음을 갖추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바, 공용 라운지, 정원. 해당 숙소에는 투숙객을 위한 공용 주방, 테라스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무료 Wi-Fi 및 유료 전용 주차장 이용이 가능합니다.
274 Bed and Brews의 숙박 옵션에는 주전자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숙소의 모든 숙박 옵션에는 전용 욕실, 에어컨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부 객실에는 휴식 공간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모든 객실에는 냉장고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74 Bed and Brews의 투숙객은 방콕 주변에서 사이클링 등의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274 Bed and Brews에서 29km 거리에는 Pratunam Market, 30km 거리에는 아랍 스트리트 등의 명소가 있습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5km 거리에 있는 스완나품 공항입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유료 공항 셔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배정받은 1층 객실 인근에서 닭을 키우고 있었나 봐요. 해가 뜨면 무척이나 요란하게 울어대서 그 어느 때보다 일찍이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닭 소음!!!) 또한 급히 개조한 것인지 샤워실 등이 다소 조악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뜨거운 물 콸콸. 에어컨도 잘 작동됩니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널찍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고 책을 봤어요. 그러다 휴대폰이 울리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기도 하는. 아주 게으른 날들을 보냈습니다.
일찍이 어둠이 찾아오는 곳
저에게 방콕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잠들지 않는 도시였습니다. 실제로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피로가 가시질 않아 로컬 샵에서 발 마사지를 받은 적도 있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나나역 인근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유흥의 밤(?)을 구경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방콕 도심지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나 봅니다. Hua Takhe Old Market에서는 밤이 일찍 찾아왔어요. 10시가 넘으면 거짓말처럼 고요해졌습니다. 저 역시 닭 울음소리에 새벽같이 일어난 탓에 제법 이른 시간에 잠들어버렸어요.
도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좋은 마사지 샵이 있었거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술 가게라도 있었다면 이곳에서의 저의 밤이 조금 달랐을까요.
Hua Takhe Old Market의 밤은 다소 아쉽지만 명확한 장점도 있습니다. 이 작은 마켓에서 삼시 세끼 다른 메뉴로 밥을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커피와 맥주까지 모두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블로거가 추천하는 카페는 꼭 가봐야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즉흥적 요소가 더해진 제멋대로 여행을 즐기는 저에게는 쓸데 없는 고민과 서치가 필요없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었습니다.
나는야 서울아이
일찍이 잠이 들어 새벽같이 일어난 저는 숙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배가 고프면 먹고, 마시고, 해가 지면 또다시 잠자리에 드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슬슬 좀이 쑤셔와 거리가 좀 있더라도 볼거리 혹은 할 거리를 찾아 나서고 싶어졌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치를 해보니 수완나폼 공항 인근에 제법 큰 대형 쇼핑몰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목적은 쇼핑보다는 '마사지!!'. 어떤 블로그에서 ‘출국 전 괜찮은 로컬 마사지를 받고 싶으면 파세오 백화점으로 가세요’라는 친절한 안내를 보고 고민 없이 달려갔습니다.
블로거의 추천글처럼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쇼핑몰에 왔으니 구경이나 하자, 싶었는데 말이 백화점이지 사실 웬만한 프리마켓 못지않은 야시장 분위기가 났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다양한 이동식 식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풀빵처럼 부드러운 코코넛 옥수수빵을 맛있게 사 먹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쇼핑몰이니까(?)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쾌적한 카페들도 꽤 있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태국의 프랜차이즈인 차오 도이로 들어가 더위를 식히며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셨습니다. (찐행복 ♡)
Hua Takhe Old Market에서 머무는 동안 1984의 <서울아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충주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할 때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섭외해 초대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날은 <월간 페이퍼>에 실린 인터뷰를 보고 1984의 멤버인 두 분을 초대했어요. 이들의 노래 중 <서울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곡과 관련된 이런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어딘가 한적하고 사람 없는 곳에 가고 싶다 싶다가도 막상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김없이 서울이 그리워진다고. 그럴 때 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도시 사람인가 보다, 싶어 만든 노래라는.
저는 서울 사람도 아닌데 서울과 같은 도심 생활에 익숙해져있나 봐요.
Hua Takhe Old Market에 머무르다 보니 시끄럽고 지저분한 도심이 사무치게 그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