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시선에서 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가 조제를 구했다.

by 당신도 심리학자


아래 글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의 중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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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는 깊고 캄캄한 바다에서 헤엄쳐 츠네오에게로 갔다고 했다. 언젠가 츠네오가 사라져 버린 뒤 바다 바닥을 통통 나뒹구는 조개껍데기가 될 거라 했지만 그래도 좋다고 했다.


츠네오는 어딘가 결함이 있어 보이는 대상에게 이끌려하는 듯 보인다(이는 츠네오의 회피적인 애착특성을 암시하는 설정인 것 같다.). 극의 초반에 그는 주변 여성들과의 관계에 반절 정도만 발을 담그고 있기를 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츠네오가 장애가 있는 조제에게 이끌렸던 건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조제는 연약하고 수동적이며 실제로 눈이 띄는 결함이 있기까지 했으니까-


츠네오는 조제에 대한 마음을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다음엔 연민으로, 그다음엔 사랑으로 자각했던 것 같다. 조제는 츠네오를 밀어내는 듯했지만, 결국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줘'라고 고백한다(결국 관계의 시작이 조제의 의지였던 부분, 조제는 생각 외로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츠네오는 이때 '응'이라 대답함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이 순간 츠네오의 결의만큼은 분명 진심이었을 거다. 많은 연인들이 연애를 할 땐 그때뿐인 진심에 대한 약속을 놀이마냥 하는 것처럼.


하지만 조제는 처음부터 츠네오가 영영 자기 곁에 있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았을 거다. 장애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조차 버림받은 사람이 그런 해맑은 기대를 하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럼에도 츠네오를 통해 세상에 가 닿았고, 츠네오를 통해 열린 새로운 세상에 혼자 남겨지길 담담히 택한다.


조제는 '츠네오를 통해 호랑이(두려운 세상)를 만날 수 있었다'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조제의 의지로 보인다. 조제는 츠네오를 움켜쥐었고, 세상과 마주한다(조제가 조제를 구했다.). 한편, 츠네오는 조제를 통해 스스로 보고 싶지 않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현실의 난관을 뛰어넘지 못한 자기 자신까지도. 조제와 츠네오는 각자의 삶의 주기에서 직면해야 하는 과제를 서로를 통해 도달하였으며, 각자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더 확장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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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츠네오는 왜 조제에게 이끌리게 되었을까?


영화의 초반부에 츠네오라는 인물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러 번 나온다. 여성들과 가책 없이 서로에 대한 책임 없는 관계를 나누고 즐기는 모습.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거기로 옮기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 보이지만, 악의가 있거나, 약은 느낌은 아니다. 그런 그는 장애가 있는 조제에게도 편견 없이, 순수하게 다가간다. 사소하고 다정한 관심을 거침없이 나눈다. 방어적인 조제 조차 그런 그에게는 어쩐지 여지를 주는 느낌이다. 조제와 조제의 할머니는 자꾸만 조제의 세계를 비집고 들어오는 츠네오를 경계한다.


조제가 츠네오를 밀어냈을 때, 츠네오는 순순히 밀려났다. 그러다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츠네오가 조제를 다시 찾아갔을 때, 조제는 츠네오를 밀어내는 척 결국 붙잡는다. 츠네오는 순순히 잡힌다. 츠네오는 자신 없이는 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제에게 정성을 다한다. 츠네오는 조제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나'를 경험했던 것 같다. 츠네오는 회피성 애착처럼 보이는데, 회피성 애착인 사람들은 생애 초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반응적이지 않은 양육자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솔직한 감정을 내비쳤을 때 수용받지 못했던 경험으로 인해 진지하고 싶은 감정(진짜 감정)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제하고 있다. 츠네오는 어쩌면 조제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나', '꼭 필요한 나'의 역할을 경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 누군가는 어쩌면 어린 츠네오 자신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통해 자기애적인 결핍을 충족하고, 타인을 구원함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였을 수 있다.


이는 순전히 무의식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츠네오를 탓하거나 비난할 명목은 되지 못한다. 어쩌면 츠네오는 조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츠네오는 정말로 조제를 사랑하였으며, 동시에 그녀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여자친구를 가족에게 소개하는 일, 늘 그녀를 업고 데이트를 해야 하는 일, 결혼을 하는 것 등의 현실적 문제 속에서 그는 결국 그녀를 놓아버리는 것을 택한다. 현실의 무게가 너무 컸는지, 사랑이 할 일을 다 한 것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츠네오가 무거운 현실을 회피해 버린 것이 아니라, 조제와의 사랑을 통해 더 이상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됨을 깨닫았길, 그리고 더 깊고 단단한 자신에게 가 닿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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