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같은 대도시도 좋지만, 4월의 이태리 토스카나(Tuscany)는 로마 제국이 왜 그렇게 강건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하늘색 하늘 바로 아래 360도로 펼쳐지는 밀밭,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 나무들, 유채꽃, 그리고 사이프러스 나무.
이태리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Dolce far niente)라는 말이 있다는데,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게으른 것이 달콤하다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알게 된다.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이 안에는 로마 제국 시대부터 갈고 닦아온 음식에 대한 열정도 있고, 농가를 개조하여 관광 상품으로 만든 아그리투리스모도 있으며, 수 백년간 전해 내려오는 것들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마을(산 지미냐노)도 있으며, 수십-백여년을 이어온 와이너리도 있다.
토스카나 여행은
(1) 시간의 더께와 함께 쌓인 맛 (그레베 인 끼안띠)
(2) 한 번 빠지면 다른 나라 음식은 다 시큰둥해지는 토스카나의 음식과 와인,
(3) 한 번 들리면 떠나는 발걸음이 쉬 떼어지지 않는 소도시들 (피엔자, 아레초, 몬테풀치아노, 몬탈치노, 친테퀘레, 포르토피노),
그리고 (4) 만일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가 아닌 시에나에 살았다면으로 시작하는 '그랬다면',
이렇게 나눠서 기록을 남기려 한다.
평생을 도시에 살다가 프랑스로 오면서 교외에 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한적하고 조용하면서도 푸릇푸릇한 교외의 매력에 푹 빠졌다. 4월이면, 부활절 방학이 2주간 주어지는데 집에서 온 가족이 씨름을 할 것인가, 여행을 간다면 7개월 된 똥싸개와 여행을 왜 가야하냐고 반문하는 12살 아들 둘을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했다. 파리에서 헝가리까지 로드트립을 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출발 이틀 전에 모두 취소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태리 토스카나로 향했고, 이 여행은 인생 여행이 되었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토스카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하나씩 하나씩 써내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