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골치가 아픈 이유는 단순하다.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이 말 때문이다.
팀원은 실수를 하거나 상황이 꼬일 때마다 이 말을 꺼낸다. 마치 만능 면죄부라도 되는 양, 무조건 '윗사람 지시'를 앞세운다. 업무에 문제가 생겨도, 보고가 틀어져도, 일정이 밀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까, 나는 잘못이 없다는 투다.
문제는, '그렇게'라는 말 속에 상황의 맥락도, 본인 판단도, 책임의식도 없다는 거다. 세상 모든 업무가 매뉴얼대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현장에선 늘 변수가 생기고, 그럴 땐 각자의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매번 지시 한 마디에 자기 머리를 잠그고 만다.
사실 팀장인 나의 지시가 완벽하진 않다. 인정한다. 조직이라는 게 그렇다. 위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실무를 맞춰간다. 때로는 지시가 현실과 안 맞을 때도 있다. 그럴 땐 팀원 스스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철저히 '시킨 대로'만 한다. 마치 로봇처럼.
결국 난 두 방향에서 끼인다.
위로는 팀장님이 "현장에서 좀 알아서 하지 그랬어?"
아래로는 팀원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이 사이에서 나는 매번 머리를 쥐어뜯는다.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것도 아니다.
상황을 읽고, 필요한 만큼 융통성을 발휘하고, 안 되는 건 '미리' 말해주는 상식적인 소통. 그런데 이 단순한 걸 이해시키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라는 말은 결국 책임을 안 지겠다는 선언이다.
그 말에 기대는 순간, 일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잘못돼도 나는 모르겠다는 자세가 깔린다. 그게 반복되면 팀워크는 무너진다.
오늘도 무슨 상황이 생기면 그 말이 나올지 모른다. 이제는 단호하게 말해야겠다.
"그렇게 하라고 한 건 맞지만, 현장에서 상황을 살피고 판단하는 건 당신 몫입니다."
지시와 책임은 따로 놀 수 없다. 조직이라는 게 결국, 그렇게 굴러가야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