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힘이라는 착각
나는 종종 팀원 A의 말을 듣는다.
“이건 전부 제 능력으로 해낸 겁니다.”
“제 역량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씁쓸해진다. 물론 A가 열심히 일한 건 사실이다. 노력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전부 내 힘으로 해냈다’는 그 말엔 늘 뭔가 빠져 있다.
우리 일이란 게 그런 게 아니다.
기획서 한 장을 만들기까지,
파트너와의 조율을 매끄럽게 끝내기까지,
보고서를 완성해 제출하기까지,
그 과정엔 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다.
누군가는 묵묵히 자료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내가 놓친 부분을 조용히 메꾼다.
누군가는 뾰족해진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누군가는 뒤에서 내 이름을 대신 걸고 책임을 져준다.
그렇게 얽히고 설킨 작은 손길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결과물이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착각한다.
‘이건 전부 내 능력의 결과야.’
그 착각은 위험하다.
자만을 키우고, 관계를 소홀히 만들고, 결국 나를 고립시킨다.
내가 무너질 때, 그토록 당연하게 여겼던 ‘주변의 도움’은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는다.
나는 A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하진 않는다.
대신 작은 실마리를 던져본다.
“이번 일, B가 꽤 고생했지.”
“뒤에서 C가 많이 챙겨줬어.”
“다 같이 만들어낸 결과야.”
A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깨달을 거라 믿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함께의 힘을 믿을 때, 진짜 내 능력도 그 안에서 더 크게 자란다는 걸.
오늘도 나는, 그 믿음을 품고 팀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