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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되지 않아도, 나는 충분하다

by 단호박

예전엔 늘 무언가가 되려고 애썼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유능한 직장인이 되려고, 실망시키지 않는 누군가가 되려고.

늘 누군가의 기대에,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 하루를 채워 넣었다.


칭찬은 기분 좋았고, 인정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공허해졌다.

잘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쉬어도 죄책감이 따라왔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무언가 되려고 애쓰는 일이 나를 발전시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은, 점점 나를 잃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래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움직이는 삶은

겉보기엔 단단해 보여도 속은 점점 텅 비어갔다.


요즘 나는 조금 다르게 살려고 한다.

덜 애쓰고, 덜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언가 되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된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은 부족해도, 느려도, 흔들려도 사람은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

그 사실을 믿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나답게 숨 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나는 이미 ‘누군가’로 충분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도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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