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단단해 보이고 싶었다. 조직에서의 위치가 높아질수록, 내 약한 모습을 들키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어느새 내 얼굴은 굳은 표정이 일상이 되었고, 유머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직원들과 회식 자리에 앉아도, 마음을 터놓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데 익숙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 나 자신을 쉽게 드러내는 게 불편했다.
내 부족함을 감추느라 애를 쓰면서도,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뒷전이었던 적도 있었다.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었다. ‘괜찮은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은 결국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요즘 들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던가?”라는 질문이다. 나는 언제부터 나 자신의 약한 모습을 애써 외면해왔던 걸까.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표정이 딱딱해지고, 대화에서 유머가 사라졌던 건 그저 내 진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였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약한 모습도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고자 한다. 타인의 시선에 앞서, 내가 나를 먼저 믿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변화는 작은 인정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웃는 얼굴 하나, 솔직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다가설 수 있는 시작이 되리라. 나부터 그 벽을 허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