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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by 단호박

연수를 진행하는 첫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무국 식구들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업무 이야기부터 가벼운 농담까지,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이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아니, 솔직히 너무 좋았다. 교육을 잘 마무리해낸 교육담당자에게 칭찬이 쏟아졌고, 그를 도운 동료들에게도 격려의 말이 이어졌다. 나 역시 함께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마음 한쪽은 조용히 식고 있었다.


나는 그를 코칭했고, 전체 흐름을 조율했다. 매순간 전반을 살피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해가며 뒤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공은 내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나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
칭찬도, 고맙다는 말도.


그럴 수도 있다. 이번 교육은 분명 A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고, 그의 활약이 컸다. 그리고 나는 늘 그랬듯 ‘조율자’ 역할을 했다. 눈에 띄지 않게, 문제 없이 굴러가게, 책임은 내가 지되 공은 남이 받게.


그게 리더의 자세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정받고 싶다.


‘수고했어요’, ‘덕분에 잘 진행됐어요’ 같은 말.


조직으로부터, 동료들로부터 듣고 싶다. 존경이라는 말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자리를 잘 지켜줬다’는 말 한마디라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크게 잘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못난 것도 아닌데.
묵묵히 내 몫을 해왔고, 어디 무너지지 않게 받쳐온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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