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집중호우 피해지역 복구 지원활동 지시가 내려왔다.
경상남도 산청군. 텔레비전 화면에서 흙탕물이 마을을 삼키던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의 절박한 표정,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삶의 흔적들.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한다.
내 책상 위엔 작업도구 목록이 적힌 메모지가 놓여 있다.
고무장갑, 삽, 곡괭이, 청소도구, 그리고 여벌 옷과 얼음물.
어떤 이는 이 준비가 번거롭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모든 준비가 '기초공사'라 생각한다. 현장을 향한 마음의 기초공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작을지도 모른다.
무너진 담장을 세우는 것도, 진흙 속에서 가족 사진 한 장 건져내는 것도 일순간이다.
하지만 그 ‘작은 순간’이, 누군가에겐 삶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될 수 있다.
삽질 몇 번, 땀 몇 방울로 무너진 마음까지 다 헤아릴 순 없지만, 함께한다는 위로는 전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활동에는 100여 명의 동료가 함께한다.
모르는 얼굴들도 있지만, 그날만큼은 모두 한 팀이다.
나는 이들이 안전하게, 의미 있게 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래서 준비에 더 꼼꼼해진다.
식사 장소부터 이동 동선, 폭염 대비까지.
누구도 아프지 않고, 모두가 ‘같이’ 다녀왔다는 기억으로 남게 하고 싶다.
우리는 사회복지사이기 이전에, 이웃이다.
‘카리타스’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사랑을 연결하는 존재다.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오늘도 이 일을 준비하는 이유다.
삽 한 자루, 수건 한 장, 그리고 따뜻한 마음 하나.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지금, 산청으로 가는 마음의 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