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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 일 잘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

by 단호박


업무상 수많은 부서와 사람들을 연결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느냐가 업무의 반을 좌우한다. 복잡한 일정, 갑작스러운 요청, 예산 협조, 문서 검토, 행사 지원까지. 사업지원부서는 말 그대로 ‘조율’과 ‘지원’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업무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이 가는 사람들. 묘하게 일하기 편한 사람들.


얼마 전, 부서 간 협업 회의 중 한 팀원이 툭 내뱉은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그 분, 진짜 밝은 분이잖아요. 딱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분.”


별다를 것 없는 말 같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고를 요청하면 “넵!” 하고 바로 답해주는 사람.
작은 일정에도 미소 띤 목소리로 “수고 많으세요”를 잊지 않는 사람.
바쁜 와중에도 적절하게 웃고, 협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사람.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 일 잘한다.”


얼마 전 읽은 한 기사에서는 ‘일잘러’의 조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밝음’, ‘센스’, ‘협업’, ‘태도’ 같은 요소들이 가장 핵심이었다.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사람됨이 일잘러를 만든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건 내가 그동안 몸으로 느껴왔던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사업지원부서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겪는 순간은 "협조 요청" 이다.
그때마다 마주치는 태도는 정말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마치 내 일이 아니란 듯 미적대고,
어떤 이는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이라며 회피한다.
반면, 어떤 이는 “제가 할게요”라며 가볍게 한 마디를 건네고, 그 말이 신뢰로 이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일잘러’는 그런 사람이다.
일의 맥락을 읽고, 상대방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고, 협조를 아끼지 않는 사람.
무엇보다, 얼굴에 웃음이 있다. 말투에 온기가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태어나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A직원도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주변과 눈을 맞추고, 먼저 다가가고, 성실하게 반응하면서
이제는 부서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되었다.
자연스러운 유머와 작은 배려가, 그 사람을 ‘있으면 좋은 동료’에서
‘꼭 필요한 동료’로 바꿔놓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협업은 빨라지고,
보고는 정확해지고, 프로젝트는 더 부드럽게 흘러간다.


사실 사업지원부서는 칭찬을 받을 일이 많지 않다.
늘 뒷단에서 연결하고 조율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우리 일의 만족도와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펙이나 실적보다
그 사람의 태도, 말투, 표정을 더 유심히 본다.
그게 진짜 ‘일잘러’를 구분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사담당자가 아니기에,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서류나 점수 뒤에 숨은 사람의 ‘빛’.
그리고 그 빛은 결국, 조직을 환하게 만든다.


“잘 웃는 그 직원, 왜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을까?”
그게 궁금한 순간이 많아질수록,
내 주변엔 좋은 동료가 많아진다.
그리고 나도, 조금 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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