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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by 단호박

올해 하반기는 유난히 변수가 많다.

확정된 줄 알았던 일정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다 잡아둔 계획이 한 통의 전화로 사라진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란 말은 이제 내 업무일지에 매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됐다.


이번엔 교육 일정 조정이었다.

나는 교육담당자에게 말했다.

“변경 가능한 일정을 정리해서 주세요.”

내 기대는 간단했다. 교육 장소와 예약 상황, 참여 가능 일정을 취합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주는 것.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교육 장소 예약 일정을 드릴까요?”


순간 속으로 ‘헉’ 소리가 났다.

그건 자료일 뿐이지, ‘가능한 일정’이 아니다.


정작 스스로 취합하고 정리해야 할 역할은 회피하고, 판단과 결정을 나에게 넘기는 모습.


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마다 슬그머니 발을 빼는 그 태도는, 이제 패턴처럼 익숙하다. 책임은 지기 싫은.


하반기의 불확실한 파도 속에서도,

결국 누군가는 전체를 보고 조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늘 나다.


웃으며 넘길 때도 있지만, 오늘은 그 웃음 끝에 깊은 한숨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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