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것뿐인데

by 단호박

박과장은 최근 한 신부님의 선종 1주기를 기리는 자리에 다녀왔다. 정해진 순서나 화려한 형식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삶과 말씀이 곳곳에 묻어 있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신부님은 늘 “사랑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실제로 그분이 걸어온 길은 사랑을 중심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사제가 된 뒤에는 늘 낮은 자리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했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조금 모자라는 것이 더 좋다”라며 욕심 없는 길을 걸어왔다. 사회복지를 경제 논리로만 바라보는 세태를 아쉬워하며, 사랑이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진짜 힘이라고 믿었다.


그날 박과장은 신부님의 오래된 글과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에 고민과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사랑하는 것뿐이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마음을 무겁게 흔들었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일들을 쫓으며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모의 자리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공통된 빛이 있었다. 가족, 사제, 봉사자, 후원자…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지만, 모두가 그분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랑이 하나의 끈이 되어 우리를 이어주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박과장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행정도, 예산도, 일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중심에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작은 일 하나에도, 만나는 사람 한 명에게도, 먼저 사랑을 건네야 한다는 것을.


정작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것뿐이다.


그분의 말씀이 박과장 안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박과장은 믿는다. 그 사랑이야말로 오늘을 지탱하고, 내일을 밝혀줄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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