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나는 지금의 자리에 발령을 받았다. 처음엔 모든 게 새로웠다. 사람들의 말투, 회의의 공기, 서류 한 장에도 깃든 분위기까지. 낯설지만 설렘이 있었고, 낯설기에 더 열심히 적응하려 했다. 그때만 해도 “3년쯤 지나면 다른 곳으로 옮기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2025년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무르익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로해지기도 한다. 서로의 장단점을 알게 되고, 말 한마디에도 의도가 읽히는 듯한 미묘한 공기가 생긴다. 처음엔 그 사람의 성향이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고집처럼 느껴지고, 내 말은 어느새 불필요한 해석의 대상이 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오해는 자라난다. 그리고 그 오해가 나를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곤 한다.
하지만 떠나지 못한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떠나야 할 이유는 많지만, 떠나서 갈 곳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조직 안팎을 둘러보아도, 마음이 향하는 곳이 없다. 시외지역 발령 가능성이 있었던 지난 7월엔, 사실 마음이 복잡했다. 나를 대신할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발령이 보류되었다고 했을 때, 처음엔 서운했다. ‘이제는 나도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도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외로 나가 먼 거리 출퇴근을 반복했을 나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그 피곤함 속에서 나는 또다시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발령이 보류된 건 누군가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의 4년은 길었고, 고단했으며, 그래도 묘하게 정이 들었다. 인정받아 오래 남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로 머문 것도 아니다. 다만, 여러 사정이 맞물려 머물렀고, 그 안에서 조금은 단단해진 나를 발견했다.
요즘 나는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흔들리며 산다.
머무름에는 익숙함이 있고, 떠남에는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언젠가 또 새로운 계절이 오면,
나는 아마도 조용히 짐을 싸며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이곳에서의 시간, 참 길고도 짧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