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람의 사회생활

by 단호박

사회생활이란 게 그렇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말, 이제는 틀린 말이 되었다.


요즘은 열심히보다 ‘보여주는 열심히’가 더 중요하다.

작은 일이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고,
조용히 처리한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참 못한다.

나는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큰일을 해도 굳이 티 내고 싶지 않다.
“아, 박과장이 그 일 했구나.”
그 정도로만 알아줘도 충분하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모른 척 해줘도 좋다.
조용히 일하고, 묵묵히 결과를 내는 게 나에겐 자연스럽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직원이 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아주 큰일처럼 포장한다.
팀장 지시대로 한 일도 “제가 아이디어 냈습니다” 하며 말하고,
조금이라도 잘된 일에는 자기 이름을 꼭 남긴다.


심지어 실수가 생기면 “팀장님이 하라 그래서요” 하며 빠져나간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오히려 칭찬을 받는다.

팀 분위기를 띄운다고, 추진력이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럴 때면 정말 어이가 없다.


내가 하는 일보다 덜해 보이는데도,
그 사람은 늘 중심에 서 있다.
나는 뒤에서 일하고, 그는 앞에서 말한다.
결국 기억되는 건 말 많은 쪽이다.


자기계발서에서는 늘 말한다.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자신을 드러내라.”
“성과는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세상이 그런 거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살 수가 없다.
내 성격을 바꾸는 건, 나를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한다.
‘나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조용히만 일하는 것으로는, 내 노력이 묻혀버리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또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괜찮다.
진짜 열심히 한 사람은,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본다.”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일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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