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뒤에서

by 단호박

요즘 따라 일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본부 사무국이라는 자리가 그렇다. 늘 대외 행사가 많고, 그만큼 사람들의 눈도 많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여러 시선이 쏠리고, 그 실수를 누가 했는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책임은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한다. 팀장이라는 이름 때문이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무게가 너무 크다고 느껴진다. 팀원들과도 마음이 쉽게 맞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말이 공허하게 흩어지는 느낌이랄까.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씩 어긋나다 보니, 매번 의견을 맞추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 과정이 지쳐서일까,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물론 안다. 떠나는 게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어쩌면 회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크고 작은 책임, 이름 없는 압박들… 그 모든 것을 잠시나마 벗어놓고 숨을 고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간다고 달라질까? 내 경력과 역할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책임이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는 조금 다른 형태의 일을 하고 싶다. 앞이 아닌 뒤에서, 무대가 아닌 무대 뒤에서, 조용히 흐름을 만들어가는 역할. 그런 자리에 있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는 누군가가 얼마나 귀한지 나는 안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일하고 싶다. 이름보다는 내용으로, 말보다 행동으로 기억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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