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식탁은 유난히 밝았다. 팀원들도 다 모여 있고, 다른 부서 직원들도 왔다 갔다 하며 북적였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서 자리에 앉는 순간, 박 부장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박과장, 오늘 너희 팀원들이 우리 부서 일 좀 도와줬더라. 이런 건 팀장으로서 고맙다고 잘 이야기해야 하네.”
순간, 숟가락이 멈췄다.
그 말투가, 그 타이밍이, 그 자리의 공기가… 모두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어디 가서 뭐했어? 그러지 말고, 자기 일도 바쁜데 다른 팀 일 도와줘서 고맙다, 이렇게 말해야 인정받는 거야.”
박 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음속에서는 수십 가지 생각이 동시에 튀어 올랐다.
내가 그동안 팀원들에게 그런 말을 안 했던가?
나는 팀 간 경계를 두지 않고 협력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는데…
내가 혹시 딱딱한 사람으로 보였나?
팀원들이 부장에게 뭔가 이야기를 했나?
나는 오늘도 그저,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우리 일, 너희 일” 이런 선을 긋는 게 오히려 나에게는 어색했다.
그런데 그 말 앞에서는, 마치 내가 팀원들 앞에서 감사 인사조차 하지 않는 무뚝뚝한 팀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은 얼어붙었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굳이 저렇게 이야기해야 했을까?
차라리 조용히 이야기해주었다면, 마음이 덜 흔들렸을 텐데. 식판의 음식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어이가 있고, 서운하고, 조금은 상처도 받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
“내가… 팀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나?”
그 질문이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오후 내내 생각을 차분히 돌려보니, 부장이 말한 방식이
‘내 리더십을 평가한 사실’이라기보다 ‘본인의 기준을 강요한 말’에 가깝다는 걸 느꼈다.
팀원들과 나는 충분히 서로를 신뢰하며 일하고 있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으로, 지시보다 배려로, 과장된 칭찬보다 조용한 믿음으로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아왔다.
나는 딱딱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팀을 이끄는 방식일 뿐이다. 그걸 누군가는 장점으로 본다.
누군가는 단점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틀림’은 아니다.
오늘 점심 식탁 위에서 튀어나온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알게 됐다.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팀을 지켜왔다는 것. 그게 결코 부족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
오늘 하루는 조금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이 작은 아픔도 내 역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팀원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