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서 충분한가

[사회복지 조직에서 살아남기 #1]

by 단호박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인사 시즌.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해를 돌아보고, 평가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시간이다.

특히 내가 속한 부서는 조직 내에서 그다지 선호받지 못하는 곳이다. 모든 조직에는 사람들이 꺼려하는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변화가 적고 단조롭거나, 혹은 책임이 크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자리. 내가 일하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자리에서 일하며, 때로는 내가 조직의 주요 무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초대된 자리, 그러나 평가받는 자리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런 부서에서 일을 해?" "조금 더 나은 자리를 노려보는 게 어때?" 그 질문에 나는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나는 조직 내 필요를 채우는 사람이고, 그 필요가 반드시 빛나는 자리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서에서의 나의 역할이 곧 나의 정체성으로 연결될 때,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무겁게 짓누르곤 한다.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말은 종종 특정 부서의 구성원을 향하기도 한다. 내가 속한 부서는 '문제가 많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조직의 주목을 받는 대신 종종 간과되거나 평가절하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나는 조직 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사람인가? 나는 단지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자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의 의미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모든 부서와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뒷받침하는 부서도 있다. 내가 속한 부서는 바로 그런 곳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조직의 중요한 기반을 책임지는 곳.

사람들이 꺼려하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가치를 낮추어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자리를 선택하고 버텨내는 용기와 책임감은 쉽게 평가될 수 없는 소중한 덕목이다. 누군가는 기피하는 자리에서 내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의 역량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나는 나로서 충분한가

이 부서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배움과 성장을 제공하는 곳이다. 여기서 나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서가 가지는 이미지가 내가 가진 가치와 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화려한 무대 위의 주연만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조명을 조정하고, 음악을 맞추고, 무대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조연들도 없이는 주연의 빛이 완성될 수 없다. 나는 바로 그런 조연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모습이 곧 나의 의미다.


부서의 벽을 넘어서

내가 속한 부서가 조직 내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가치와 잠재력은 내가 어느 부서에 속해 있든 그것을 초월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인다. "나는 이 부서에 초대됐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직의 모든 부서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만의 역할을 통해 조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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