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 화요일 갑진년 병자월 임술일 음력 11월 24일
오전에 일정이 없다는 건, 특히 외출해야 하는 일정이 없다는 건 썩 좋지 못한 일이다. 난 도저히 일정이 없는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안 되는 것 같다. 선천적 아침형 인간들은 일정의 유무와 별개로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을 살아간다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편하지만 쉽지는 않은 나 같은 녀석에게는 일정이 없을 때 일찍 일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분명 하루 전체를 살고 나면 일찍 일어난 편이 더 나았다는 걸 알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그게 잘 안 된다. 누군가는 그렇게 누워서 휴식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라고는 하지만, 나는 자리에 오래 누워 있다고 해서 피로가 더 풀리는 느낌은 아니라서. 그저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존재할 뿐이다. 그게 며칠 지속되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만 같다.
누구랑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정해져 있는 일정도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9시에 서울둘레길 한 코스씩 돌아보자, 하며 8시쯤 집에서 나가던 시간은 나의 정신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일어나자마자 글을 써내려 간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어났을 때"가 기준이다 보니 언제라도 상관없는 녀석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또 그게 지나친 강박이 되어 버릴 것만 같다. 조금 다른 형태의 오전 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9시에 출근해서 14시에 퇴근하는 일경험 프로그램도 꽤나 괜찮았다. 오전에 나가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시간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딱 그렇게만 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4주에 140만 원이었나. 그 정도 수입으로 괜찮으니까 그 정도 시간만 일 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건 일경험 프로그램이나 아르바이트 정도나 가능한 일정이겠지?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런 것들만 하고 살 수는 없고 말이다.
기술교육원 지원한 게 합격한다면 내년 상반기는 다시 오전에 일정을 소화하러 나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서울시 청년 시정체험 아르바이트 신청한 게 선정된다면 당장 다음 달부터 그게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1 지망은 서울시립대였는데, 이게 희망 지역 하나 선택하고 희망 분야 하나 선택하는 방식이라, 구체적으로 "여기 가고 싶습니다!"가 되지 않아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 지망이 성동/광진이 아니라 동대문/중랑/도봉이었던 건, 글쎄. 역시 난 일단 성동을 벗어나고 싶더라. 광진/중랑으로 묶여 있었다면 광진도 관심을 가졌겠지만 성동이랑 묶여 있다는 점에서 광진도 패스. 이번주 금요일에 1차 선발 발표가 나고 다음 주 금요일에 최종 결과 발표가 난다던데 어떻게 되려나. 경쟁률도 센 편이고 이전에 지원했을 때도 선정되지 못했으니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어떻게든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정신이 조금은 멀쩡해진다. 하지만 일찍 일어났을 때보다는 멍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역시 늦게 일어나면 모종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같다. 입맛도 없고, 그러다가 체중이 줄어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안 되는데. 뭐라도 일찍 일어날 만한 계기를 찾아봐야겠다. 9시 출근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