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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전자기기

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갑진년 병자월 기사일 음력 12월 1일

by 단휘

아날로그적인 것을 선호하는 녀석치고 나는 전자기기를 적게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보통의 경우보다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스마트워치나 블루투스 헤드셋 정도는 흔히 가지고 있을 법한 수준이지만 투폰 유저에 태블릿도 쓰면서 노트북도 두 개나 있다.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까지 하면 데스크톱과 닌텐도 스위치, PS4까지 언급할 수 있겠다. 가족의 말에 의하면 거실에 있다가 내 방에 들여놓게 된 스피커도 꽤나 괜찮은 녀석이라고 하고.

고등학생 때 핸드폰과 태블릿을 가지고 다녔는데 태블릿에는 가족이 쓰던, 통화는 안 되고 데이터만 속도 제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유심이 들어 있었다. (아마 대학생 때쯤 신규 발급이 안 되게 막혔다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녀석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대학생 때 태블릿 대신 적당한 공기계에 넣어 투폰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몇 년 된 갤럭시탭은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굳이 싶었다. 그렇게 몇 년을 사용하다가 또다시 가족이 쓰던 알뜰폰 유심을 받아서 쓰기 시작하고 그것의 명의 변경을 해서 내 명의로 쓰게 된 게 한 3년 전의 일이다. 배우 활동을 할 땐 알뜰폰은 배우 활동용으로, 기존 핸드폰은 기타 활동용으로 사용해 왔다. 이제는 계정 분리가 조금 애매한 상태지만 말이다.

데이터 사용을 위해 가지고 다니던 태블릿을 안 쓰게 되면서 한참 동안 태블릿 없는 삶을 살다가 대학교 삼사 학년 때쯤 형제가 쓰던 아이패드를 중고로 구입하여 (형제 할인받았다) 사용한 게 태블릿과의 재회였다. 조금 된 모델이라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쓸 만했다. 후반에는 원인 모를 화면 꺼짐 이슈로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갤럭시탭으로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갤럭시탭도 많이 쓸 만해졌더라. 미디어 작업이 목적이면 아이패드가 낫지만 문서 작업이 목적이면 한컴오피스 호환성 등을 고려하여 갤럭시탭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되었다. 쓰든 안 쓰든 늘 가지고 다니다가, 요즘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가방 구성품 최소화를 시도하면서 잘 안 챙겨 다니고 있다. 한창 그림 많이 그릴 때라면 모를까, 요즘은 태블릿이 그렇게 막 필요하단 느낌이 안 들기도 하고. 좀 더 작은, 휴대성을 높인 태블릿으로다가 하나 장만할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패드 미니 써 봤는데 괜찮더라. 그런 의미에서 아이패드 미니 신제품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혹자는 작은 크기의 태블릿은 그림 그리기 안 좋지 않냐고 하던데, 내가 그렇게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애플스토어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해본 게 프로크리에이트 사용이었다.

노트북은 대학생 때의 영향으로 리눅스, 그중에서도 우분투가 설치된 녀석을 사용하고 있다. 프리도스로 구입하여 설치 USB로 직접 설치했다. LTS 버전 나올 때마다 2년에 한 번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데, 저장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안 쓰는 녀석들을 털어낼 겸, 터미널에서 업그레이드 명령어를 쓰지 않고 늘 새것으로 덮어 씌우곤 한다. 그리고 그거랑 별개로 가끔 밖에서 윈도우에서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써야 할 때 가지고 나가는 오래된 윈도우 노트북도 있긴 한데, 배터리 이슈로 충전기에서 뽑는 순간 전원이 나가는 녀석이다. 와인 같은 시뮬레이터를 안 쓰는 이유는, 글쎄. 많이 안정적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왠지 거부감이 든다. 말고도 방에는 윈도우가 설치된 데스크톱도 있긴 한데, 사실 게임 할 때 말고는 잘 안 쓴다. 그 외에는 가끔 한글 문서 작업해야 할 때나 쓰려나.

사실 이것저것 가진 것에 비해 잘 안 쓰는 것들도 많다. 투폰 유저지만 핸드폰을 두 개 다 방치하고 있을 때도 있고. 태블릿은 안 가지고 다녀 보니 꼭 필요한 건 아니고. 휴대성이 더 높으면 또 말이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노트북도 예전만큼 자주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 다니지 않는 녀석들은 언제 마지막으로 켰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성향 자체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선호하는 편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있냐고? 글쎄, 그건 그냥 그렇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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