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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답

2024년 12월 30일 월요일 갑진년 병자월 무진일 음력 11월 30일

by 단휘

삶에 있어서 답이라는 게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답이라는 걸 찾을 수 없을 때.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하기는 했을까. 답이라는 게 뭐지?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통계적인 것인가. 혹은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매우 주관적인 것인가. 난 모르겠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다. 점점 더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 가는 것만 같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무엇을 답으로 여겨야 할지.


아주 오랜만에, 혼자 알코올을 들이켜 보았다. 큰 의미는 없다. 그냥, 그건 그냥 그렇게 된 거다. 한 일이 년 전에는 혼자 그렇게 들이켜는 일이 많았다. 편의점에서 2+1 하는 640ml짜리 플라스틱 병에 든 세로를 사다가 방에 쟁여두고는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던 때도 있었지. 사실 소주보다는 위스키나 보드카, 칵테일을 선호하지만 그땐 그냥 적당히 가성비로 사다 마셨던 것 같다. 그런 거 마시면서 사양도 좋지 않은 오래된 데스크톱으로 퍼즐 게임을 하거나 마비노기 솔로 플레이를 하곤 했지. 파티 플레이가 더 즐거운 게임이라는 건 안다. 다만 함께 할 파티원이 없었을 뿐. 늦게 입문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메인스트림을 많이 따라잡고 있었다. 최근에 신규 아르카나와 함께 메인스트림도 업데이트된 모양이지만. 나의 주력 재능인 슈터와 관련된 아르카나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건 여담.


CU에서 파는 생과일 하이볼, 꽤나 괜찮더라. 나는 레몬 최애, 라임 차애다. 총 여섯 가지가 있는 모양인데, 보드카가 들어갔다고 내세우는 녀석은 라임 밖에 없다. 왜 얘만 보드카가 들어가 있는 거지...? 아무렴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레몬은... 난 내가 시큼한 맛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월 전의 레몬청을 계기로 마음이 바뀌었다. 맛있는 신 맛은 맛있구나. 아무래도 레몬에 맛 들인 것 같다. 미정이의 영향일까. 여러 모로 부정해 봤지만 결국엔 미정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유독 많이 부정했지만, 그럴수록 내가 미정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코올 한 캔 마시며 끄적이니 알코올 이야기 밖에 안 하는 것 같다. 제목을 알코올로 바꾸어야 하나. 뭐, 이게 첫 캔은 아니긴 하다. 하여간 본론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살다 보면 어떤 답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답을 알면서도 외면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답을 찾길 거부하기도 한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금 그 어떤 방향성도 찾지 못한 내가 답을 찾지 못한 건지, 알면서도 거부하고 있는 건지, 그것조차 나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내가 내릴 수 있는 답은 결국 내가 가진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내린 결론일 뿐인데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답이고 이후의 일은 앞으로의 삶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인가 싶기도 하고.


그 누구라도 조언을 구할 인생 선배 비스꾸레한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싶다가도, 그런 게 없는 것도 운명이지, 싶기도 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할지라도,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네가 날 응원해 줬으면 좋겠는데 싶다가도, 너는 항상 날 응원해 줬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넌 항상 내 편이었는데 난 또 이렇게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는구나 싶기도 하고. 역시 난 알다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내가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눈에 보이는 답을 외면하지는 않을지?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 나는 여기서 어디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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