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수요일 갑진년 병자월 경오일 음력 12월 2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청년 분으로부터 신년 인사를 받았다. 새벽 한 시 무렵.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것도 처음이고 늦은 시간이라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신년 인사를 할 정도로는 안면을 튼 것 같아 인사 차 연락을 해보았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답장을 보냈다. 새해라, 그래 또 새로운 해의 시작이구나. 그레고리력을 기반으로 하는 양력 달력에서의 새해라... 이제 또 몇 주 지나면 음력 달력에서의 새해, 설이라고 또 새해를 언급할 것이며, 입춘이 지나면 갑진년이 끝나고 본격적인 을사년이 시작되겠지.
복수의 날짜 표기를 사용하기 전부터도 난 '새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저 수많은 날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자연현상에 대해 임의로 그 기준점을 정해 놓은 게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날짜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 첫날을 시작으로 하는 연간 계획 같은 것에도 거부감이 컸다. 학생 때는 연말에 그런 것을 작성해 보도록 시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목표를 정했으면 바로 시작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새해 첫날까지 미루고 거창하게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지가 의문이었다. 내가 보기엔 연간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부담감인데 말이다.
곳곳에서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러 가는 이들도 있고, 행사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이들도 있겠지. 올해의 해맞이 행사는 대체로 취소되거나 애도의 물결을 품은 채 축소 운영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너무 많은 이들의 생명이 불타올랐다. 비단 공항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가스 폭발이라던가 다양한 사건 사고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안 좋은 의미로 상식을 뛰어넘는 도로 교통 상황에 대해서도 몇 번 마주하고 나니 안전불감증 속에서 인명보다는 시간이나 이윤 같은 당장의 이득을 취하는 데에 더 관심이 큰 이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인리히 법칙이 말하듯, 저런 안전불감증의 흔적들 사이에서 결국 커다란 사고가 발생하고 말 텐데 말이다. 이번 비행기에 대해서도 최근에 시동 꺼짐 현상이 있었다느니 제주항공 재직자가 요즘 엔진 결함이 많다며 경고하는 글이 몇 개월 전에 올라왔었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고 하는 걸 보니 착잡하다. 10년 반 전의 선박 사고도 그랬다. 세월호 이전에도 선박 과적에 대한 이슈가 있었지만 쉬쉬하다가 크게 하나 터졌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반복되려나.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마냥 즐겁지만은 못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즐거워하다가도 '내가 이 시국에 즐거워해도 되나' 하고 수그러드는 경우도 있겠지. 입춘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을사년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는 요즘, 세상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까. 올해는 환경적인 영향인지 사회적인 영향인지 주변 사람과의 관계성의 영향인지 신체 컨디션의 영향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평소랑은 다른 느낌의 새해 첫날이다. 모쪼록 올해도 각자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의미한 한 해로 남을 수 있기를, 좋은 일들도 그렇지 못한 일들도 있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가치를 찾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