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컨디션

2024년 1월 7일 화요일 갑진년 정축월 병자일 음력 12월 8일

by 단휘

나아진 것 같다가도 애매하다. 자고 일어나도 영 피로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이전에 비해 특별히 더 적게 자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 최근 들어 피로가 심해졌다. 그렇다고 이전보다 활동량이 늘었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매일같이 운동을 가던 때와 비교해도, 서울둘레길 한 코스씩 돌던 때와 비교해도, 줄면 줄었지 활동량이 늘진 않았을 것이다. 사업이 마무리되고 다음 사업을 준비하는 연말연초 시즌이라 프로그램에 참여할 일도 잘 없어서 무언가에 참여하는 일정도 딱히 없고 말이다.


얼마 전에 느낀, 직선이 곡선, 그것도 물결 모양으로 뒤틀려 보이는 현상은 다행히도 그 이후로는 더 보이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뭐가 문제였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그렇게 보인 것도 아니고 가위눌림과 유사한 무언가에서 반쯤 벗어나 어둠 속에 보이는 환각 같은 이미지들에서 등을 돌려 옷장 서랍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을 때 몇 초 정도 마주하고 있던 장면이다. 그 쯤 되니까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불을 켜게 되더라. 다음 날 오전에 약속이 있었지만 도저히 자려고 눕지를 못 하겠어서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불을 꺼놓고 어둠 속에서 잘 준비해야지, 하며 이불을 펴기 전에 잠깐 얼룩곰 인형 안고 늘어져 있을 때 발생한 일이라, 자다 깬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아침에 글을 쓰다가 한두 시간 정도 기절했던 게 전부였으니... 일정 내내 피곤해하다가 잠들었다는 건 좀 미안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의도치 않은 그런 밤샘이 요 며칠 나의 컨디션을 악화시킨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알람도 못 듣고 자기도 하고, 일어났다가도 다시 잠들기도 하고.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험상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 하루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더 낫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려고 하지만, 늘 그렇듯 쉬운 일이 아니다. 오전에 일정을 잡아 버려서 일어나야 할 이유를 만들어 버리는 편이 나을까 싶기도 하고. 뭐라도 고정적인 일정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연말에는 서울둘레길이 그 역할을 했지만 그것은 21코스의 한정된 양이라 결국 한 바퀴 끝나 버렸다. 어쩌면 뚜렷한 할 일이 없는 상태에서의 심리적 이슈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지? 어쩌면 남들만큼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냥 딱 남들만큼만, 그저 그들 중 하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요즘이 겨울방학스러운 것도 나에게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난 학생 때부터 방학을 참 싫어했다. 애초에 학[學]을 안 했으니 그것을 방[放]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그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시기였다. 학교에 간다고 해서 친구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북적북적한 그 분위기가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최소한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학교에 대한 감정도 학년이 오를수록 학생들 사이에서 친구집단을 기준으로 편을 가르고 남들을 배척하는 게 보이면서 썩 좋지 않아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역시 뭐가 없어도 그냥 센터에 가버리는 게 나으려나 싶다가도, 올해 들어 센터에서 다른 청년 분들과 상호작용 해본 적이 없다. 송년회가 있던 12월 20일 이후로 놀랍도록 매니저 님들밖에 못 만났으니. 다들 날씨도 춥고 해서 안 나오는 걸까. 아니면 내가 요즘은 매일 방문하지는 않아 그저 방문일이 어긋나는 것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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