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8일 수요일 갑진년 정축월 정축일 음력 12월 9일
난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왜 하는지 모른 채 학교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 공부 말고, 내가 하고 싶어서 찾아보는 그 모든 공부를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도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듣지는 않았지만 교육과정에 포함되지도 않는 Rust를 독학하는 등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 내서 따로 공부하고 다녔다. 이제 와서는 IT 분야는 전반적으로 관심이 안 가서 안 건드린 지 오래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어딘가에서 개발자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조선 시대 어딘가의 허구한 날 책만 읽으며 과거 시험은 보러 가지 않는 선비처럼,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 지식을 익히는 것보다도 기술을 쌓는 쪽에 좀 더 흥미가 있다. 그래서 나의 신체 능력과 관련된 역량이 더 컸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래, 나와 미정이는 서로가 가진 역량을 타고났다면 좀 더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다 부질없는 망상을 하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갖고 싶던, 하지만 갖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욕망이 너를 향해 발현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정작 요즘은 따로 유의미하게 공부하고 있는 게 없다. 최근에는 뭐라도 공부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상태였지만. 대학생 때는 수학을 다시 건드려 보고 싶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건드리지도 않게 되더라. 분명 배워 보고 싶은 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헤매는 사이에 무의식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선 그것들을 의식의 영역으로 불러들이고 판단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대학생 때는 번역되지 않은 문서를 보며 공부할 겸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있었는데, 새삼 그런 것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참여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두 개 정도 보인다. 글을 쓰다 말고 자꾸 자료 찾으러 돌아다니는 나 자신을 보니 주의집중력 상태는 영 말이 아닌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무언가 궁금한 게 생기면 참지 않고 바로 찾아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수업 중에는 그런 거 찾아보느라 수업 내용을 놓치게 되는 문제가 있지만 내 템포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일상 속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때로는 대화 도중 궁금해지는 걸 바로 찾아보느라 눈앞의 상대를 방치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상대도 같이 궁금해하면 같이 찾아볼 수 있겠지만 나만 궁금한 거라면... 모쪼록 양해 부탁한다. 상대가 알 수도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상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궁금한 걸 찾아보는 것도 그렇고 공부를 즐기는 것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지적 욕구가 강한 편인 것 같긴 하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에는 흥미가 없다 보니 상위권 성적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녀석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것도 그런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겠지. 두 시간 정도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브런치 화면을 켜놓고 있는 건 절반은 되나 싶다. 이것저것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그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찾아보게 된다. 일단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나의 흥미를 끈 것은 네 개 정도 되니 적당히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