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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사고방식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갑진년 정축월 계사일 음력 12월 25일

by 단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딘가에서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무슨 맥락에서 하는 말인지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 상당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짧은 대화가 그렇게까지 기 빨릴 일인가 싶은 경우도 있다. 아주 가끔 그 정도가 심해지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한다.


늘 적당히 흘려 넘기며 지내다가 지난 연말부터 조금 더 대놓고 거리감을 두기 시작한 어딘가의 청년 분이 딱 그런 경우다. 그 사람이 농담이랍시고 던지는 말들은 대체로 몇 초 이상의 해석이 필요하거나 (그렇게 해석하고 보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라든가 '이게 왜...?' 따위의 생각이 드는 내용이다) 상당히 무례한 발언으로 느껴진다. 아주 무관한 건 아닌데 뜬금없는 발언을 자주 하는데, 대충 피크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리오 이야기를 꺼내는 정도의 연관성이다. 대화의 연결고리가 아주 없다고는 못하지만 저 이야기가 나온 맥락이 바로 와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 사람을 대할 땐 그런 걸 다 내려놓고 무지성 대화를 하지 않으면 결국 나만 스트레스받게 된다. 그런데 그런 무지성 대화를 너무 오래 하면 현타가 온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썩 좋지 않다.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을 생략하고 말을 할 때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사고방식에서는 너무 당연한 무언가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생략한 무언가에 대해 내가 대화를 못 쫓아가며 이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아마 누군가는 나의 생략으로 인해 나의 이야기를 못 쫓아오는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로가 서로에게 그러지 않을까 싶다. 상습적으로 대화가 막히는 경험을 한 상대는 두 명 정도? 보통의 경우에는 적당히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대화할 때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으려나. 내가 느끼는 어려움만큼 상대도 어려움을 느낄 만한데 말이다. 내가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들을 때는 그게 단지 일방적인 어려움일 수 있지만 대화 자체가 진행이 안된다고 느낄 때는 나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닐 텐데. 말이 너무 안 통해서 적당히 흘려 넘기곤 하는 상대가 나에 대해 꽤나 잘 맞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는 대화의 어려움이 일방적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나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상대는 나와 대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 어려운 일이다.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쓸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적당히 대충 넘기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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