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6일 일요일 갑진년 정축월 을미일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조금씩 내 취향을 알아가고 있다. 이십몇 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누군가 하고 싶은 게 있냐고 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먹고 싶은 게 있냐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음식은 마라샹궈나 오일 파스타 같이 내가 잘 먹는다고 판별된 음식들이 조금 있어서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게다가 만날 때마다 마라샹궈를 먹어도 거부감이 없는, 음식에 거의 질리지 않는 녀석이니 말이다. N명의 친구들을 돌아가며 만나는데 모두가 마라샹궈를 먹자고 해도 좋다고 할 놈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내가 좋아한다고 판별된 활동이 뭐가 있을까. 볼더링, 방탈출, 문제풀이? 사실 다 문제풀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이다. 볼더링은 함께 하는 멤버와 상황 등에 따라 대체적으로 기각될 만한 활동이고, 방탈출은 내가 생각해도 비싼 취미다. 대학 다닐 때도 과제 끝난 뒤풀이 모임으로나 갔지, 일상적으로 하러 다니지는 못했다.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가 유행하기 전부터 난 그런 걸 좋아해서, 중학생 때 구글 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방탈출 게임 어플은 다 섭렵했을 것이다. 그 이후에 나온 것들은 억지 문제가 많은 양산형 방탈츨 게임을 몇 번 접하면서 잘 안 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Rusty Lake 시리즈는 여전히 좋아한다. 대부부의 스팀 게임은 할인할 때 사지만 이 시리즈만은 출시되자마자 사는 편이다.
볼더링과 방탈출 같이 구체화되지 않은 문제풀이는, 글쎄. 친구가 옆에서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시험 공부할 때 같이 풀어보는 것도 즐기더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영어 지문을 읽으며 "이거 답 5번 아니에요?" 같은 소리를 하는 것도 즐기더라. 생각해 보면 성적은 모르겠고 그냥 문제 푸는 게 재밌어서 그거 풀려고 공부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적당히 어느 정도 풀리는 수준만 되면 더 공부 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변별력 문제 같은 데서 틀리곤 했겠지.
보드게임 취향도 이번에 조금 명확해진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경쟁을 안 좋아하는 녀석이라, 별로 이길 것 같지가 않으면 아예 놔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경쟁심을 유발하는 게임은 잘 맞지 않는다. 도발에 넘어가기보다는 "응 너 다 해~" 하며 넘겨 버리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래서 협동 게임을 더 선호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승패가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은 게임들도 나쁘지 않더라. 다빈치코드나 아브라카왓(뭐야, 이것도 건희킴 당신이야?) 같은, 나온 패를 보고 추론하는 게임은 좀 어려워하는 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끝이 정해져 있고 엔딩 보고 깔끔하게 보내줄 수 있는 콘솔 게임을 선호한다는 것은 대학생 때쯤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온라인 게임에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나마 오래 한 게 마비노기려나. 스토리를 따라가며 중간중간 서브미션을 수행하고, 역량이 된다면 도전과제도 해 나가며 엔딩과 함께 즐거웠다! 하는 게 난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게임은 이후에 후편이 나온다고 하면 일단 카드부터 꺼내드는 거지.
다른 것보다 유독 게임 취향만 더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게임이 아닌 것에 대한 취향은... 뭘 좋아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