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0일 월요일 을사년 무인월 경술일 음력 1월 13일
얼마 전에 은장 헌혈유공패를 받았다. 헌혈 30회를 달성한 건 지난가을이고 이제 32번째 헌혈이 예약되어 있는데 얼마 전에야 받았다. 분명 3주 이내에 배송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11월의 흔적이 2월에야 도착한 것이다. 중간에 입찰 참여 업체의 규격 부적합 뭐시기 뭐시기 하면서 업체 선정이 지연되고 하는 문자가 왔던 것 같긴 하다. 역시 연말연초는 어느 곳에서든 새로운 것과의 조율로 인한 이슈가 발생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헌혈에 처음 참여한 건 4년 전 봄이다. 친척의 수술로 인해 헌혈증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지정 헌혈 말고 일반 헌혈 후 헌혈증서를 요구하던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더 이상 수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걸 계기로 헌혈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헌혈을 주저했는데 처음 갔을 때 혈액 검사 하고 나니 문제 있으면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마음에 주저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우리 가족은 왜인지 외가든 친가든 B형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신생아 혈액 검사에서 B형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한 혈액 검사에서는 혈청 응고 반응이 없어 O형으로 취급되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한 것보다는 병원이 정확하겠지, 하며 B형으로 알고 지냈다. 고등학생 때는 동급생이 어느 학습만화에서 봤다며 weak-B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정밀 검사를 해야 B형으로 나오고 간이 검사에서는 O형으로 취급되는 녀석이라는 모양이다. 병원에서 한 건 정밀 검사일 거고 학교에서 한 건 간이 검사였으니 이게 맞겠다 싶었다. 헌혈의집 처음 방문해서 혈액검사를 할 때 "혈액형 뭐로 알고 계세요?" 하시길래 "B형이요" 했더니 "B형...이요...? 잠시만요." 하면서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나가 여럿이서 상의하던 상황은 아직도 기억난다. 일단은 O형으로 반응이 나와 O형으로 적어서 등록할 건데, 혹시라도 특이사항이 있으면 헌혈 후 검사 결과로 안내가 갈 거라고 하더라. 결과적으로는 혈액형 아형에 해당사항이 없고 순수 O형으로 밝혀졌다. 드물게 신생아 혈액 검사에서 엄마의 혈액형으로 잘못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걸 그 뒤에 알게 되었다.
결국 난 20대 초중반이 되어서야 내 혈액형을 명확히 알게 된 녀석이 되어 버렸다. weak-B형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혈액형을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하곤 했지만, 진짜 모르는 것일 줄은 몰랐다. 재차 물어보면 "B형 아니면 O형일 거예요" 정도로 대답하곤 했는데 말이다. 하여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혈액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테니 알아서 검사하고 알아서 취급하시라고 가서 헌혈을 해도 되는 거였는데 "이 정체불명의 혈액형을 가진 피를 헌혈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한 게 해소되고 나니까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헌혈 기념품으로 영화 티켓이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하지만 영화관을 가지 못하므로 가장 쓰기 좋아 보이는 문화상품권 받아다가 초코파이 주워 먹다 오곤 했는데, 요즘은 모종의 사태로 문화상품권이 기념품 목록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쉬운 대로 커피 쿠폰이나 편의점 쿠폰을 받아오고 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앞으로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