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9일 일요일 을사년 무인월 기유일 음력 1월 12일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오래된 체중은 중학교 1학년 때의 것으로, 그때 처음 50kg을 넘겼다. 그 이후로 40kg대 후반으로 떨어지는 일은 심하게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없었다. 그때로부터 10년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날 동안 키는 5cm 정도 컸지만 체중은 크게 변하지 않은 채 50kg대 초반을 유지했다. 그리고 게이너를 섭취하며 50kg대 중반까지 올린 후 느낀 건, 확실히 내 체중은 나의 건강 상태와 어느 정도 직결되는 경향이 있다. 체중이 떨어지면 체력이 약해진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관련 있더라. 일례로, 50kg대 중반을 유지하던 10대 후반부터 대학생 때까지는 몇 개월에 한 번 정도는 위경련으로 고통받다가 응급실에 가는 일이 있었는데, 50kg대 중반으로 올라오고 나서는 병원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한 달 전, 심한 감기로 인해 몇 날 며칠 쓰러져 있던 동안에도 체중이 2~3kg 정도 줄었다. 나는 건강 이상과 같은 이러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체중이 잘 늘지도 줄지도 않는 체질인 것 같다. 많이 먹고 늘어져 있어도 잘 안 늘어나고 조금 먹고 많이 움직여도 잘 안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1kg 정도는 회복되었지만 그 이상으로는 잘 안 오르더라. 어제 컨디션 난조로 일정 취소하고 하루 종일 뻗어 있던 걸 생각하면 50kg대 초중반에서 버틸 수 있도록 익숙해지든 50kg대 중후반으로 올라가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같다. 어제도 한 달 전의 감기 언저리만큼 떨어져 있더라.
사람마다 체질적으로 적정 체중이 다를 텐데, 나의 체감상 적정 체중은 50kg대 후반으로 잡고 있다. 체질에 따라 나보다 키가 크면서 나보다 적은 체중으로도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난날들의 경험에서 미루어 볼 때 나는 50kg대 중반 아래로 떨어지는 걸 경계하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목표 체중 60kg를 주장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특별히 하고 있는 건 없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무엇보다 요즘은 식비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충분히 섭취하는 게 부담될 때도 있다.
체성분 검사를 해보면 경도비만이 뜬다. 체지방량은 표준 범위에 있는데 근육량이 모자라서 비율상으로 경도비만이 나온다고. 한창 운동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하던 시기에는 표준 미만이었던 근육량이 표준과의 경계선까지는 올라서 경도비만과 표준 사이를 왔다 갔다 했는데, 운동을 안 한지 오래되었고 체성분 검사를 안 한지도 오래되어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근육을 늘리는 것이 시급한 상태이기에 체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체성분 검사 수치만 보고 이야기하자면 체지방량은 유지한 채 근육량만 4kg 정도 늘리고 싶다,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검사가 지난여름이고 지금은 이때보다 2.5kg가량 덜 나가니 그 수치가 명확하지는 않다.
주변에 몇 kg 정도 늘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야식을 먹으면 된다느니 여러 가지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언급하며 지방량을 늘릴 수 있을 법한 음식을 추천해 준다. 내가 저체중에서 표준체중으로 가고 싶은 거면 그런 것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육량을 늘리고 싶은 입장에서는 정말 도움 안 되는 소리다. 개인적으로 근육량도 지방량도 많은 뚠실한 체형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도달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체중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편이 건강에 이롭다는 점도 있지만 "지방 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근육도 많잖아?" 따위에 대한 로망이 있다. 언제쯤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왜 브런치 키워드에는 체중 "감량"만 존재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