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개인 시간

2025년 2월 12일 수요일 을사년 무인월 임자일 음력 1월 15일

by 단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개인의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가족이, 동료가, 때로는 친구마저도 개인 시간 확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 대해 방해라고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 공간이 있으면 좋다. 집에 있을 때 자기 방에서 개인 시간을 보낸다거나.


때로는 집에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집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많은 경우에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느낌이다.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이 있고 내가 쓰는 큰 방이 있고 나의 형제가 쓰는 작은 방이 있어 분명 각자의 공간이 있는데, 왜 내 방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일까. 공용 공간이라면 거실이 있다. 안방이 침대와 옷장, 행거와 이불장과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기에 부모님 활동 공간으로 자주 사용되지만.


지금은 방의 절반 지점을 피아노가 막고 있어 바닥 공간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충분히 넓을 때에는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와서 내 쿠션을 향해 드러눕곤 했다. 요즘도 피아노 건너편에 자주 나타나지만 그쪽 절반은 드러누울 만한 공간도 아니고 이쪽까지 넘어오기는 또 귀찮은지 적당히 앞에 서서 관심을 끌다 간다. 워낙 가족들이 그러다 보니 집에 있을 때도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때가 제한적이다. 모두가 자고 있을 때 아니면 모두가 나가 있을 때가 평화를 확보하기 좋은 시간이다. 다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사는 건지 나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이 영 파악되지 않아 모두가 자고 있을 때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이른 아침이 꽤 괜찮은 시간이라는 걸 처음 인지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동급생 두 명이 내일부터 학교 일찍 와서 공부하자 하길래 그러자고 했는데 막상 다음날 가보니 나 밖에 없었다. 끝까지 나 밖에 없었다. 또 나만 진심이지. 그래도 그 시간은 나를 후천성 아침형 인간에 가깝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가족들이 야행성인 경향이 있어서 자정이 넘도록 활동하고 있기에 밤에는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아예 그냥 그때 자버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내 시간을 찾는 거다. 아주 가끔은 그렇게 대여섯 시쯤 일어났을 때 아직 깨어 있는, 곧 자러 갈 가족과 마주치기도 한다. 저 시간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한단 말이지? 그게 어떻게 되는 건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개인 시간인 이 시간을 나는 확실히 내 것으로 하고 싶다. 그렇다 보니 일어나서 정신 차리자마자 개인 시간에 하고자 하는 것을 시작해 버려, 그것이 끝날 때까지 밤새 쌓인 알림을 확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젯밤에 온 연락은 오늘 나의 개인 시간을 보낸 후에 확인하는 것이다. 대체로 그러고 나서도 아침이기 때문에 아주 늦게 확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알림 정도는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하다가도 잘 되지 않는다. 가끔은 아침에도 확인을 안 해서 점심때쯤에야 전날 밤의 알림을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정보가 들어오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나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하다. 알림을 확인하거나 구독하는 글이나 뉴스레터를 확인하는 건 개인 시간의 후반부에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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