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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소통 방식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을사년 무인월 을묘일 음력 1월 18일

by 단휘

비대면 소통을 할 때 말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글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말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보통 글만으로는 뉘앙스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그 반언어적인 표현을 주고받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는 편이 좋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편하다는 입장도 있다. 아니면 그냥 상대방 목소리 듣고 싶어서인 경우도 있고. 하여간 그 모든 걸 감안해도 난 글로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말이다.


뉘앙스의 전달도 중요하긴 한데, 통화 음질이나 웅얼거림으로 인해 말의 내용이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앞뒤 내용과 그 뉘앙스만으로 말의 내용을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걸 추측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대화가 이어지겠지만 말이다. "네? 뭐라고" 하며 되묻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면 서로 답답할 뿐이다. 직접 마주했을 때는 (귀가 잘 안 들리시는 분들도 자주 쓰는 보조 수단이라는데) 상대의 입모양을 참고하는 등의 보조 수단으로 상대의 발음이 안 좋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비대면의 경우 화상 통화를 하지 않는 이상 그게 안 되므로, 무슨 말을 하는지 글을 통해 명확히 하고 싶었다.


전화 통화의 실시간성은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을 때는 괜찮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그건 꽤나 피곤한 일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청각 자극에만 집중한 채 대화를 하는 것도 지속되다 보면 뻐근하고 답답해진다. 때로는 정신력이 흐트러진 듯 상대의 말을 점점 더 못 알아듣게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면서 통화를 하기에는 그 무언가에도 통화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에 실패하여 한쪽으로 집중이 치우쳐질 경우, 반대쪽이 흐트러진다. 그 무언가가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로 남을 수도 있고, 대화를 쫓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썩 좋지 않다.


반면 글을 통해 소통을 할 경우에는 내 할 일을 하면서 답장 속도를 조정할 수 있기에 다른 것과 병행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온전히 대화에 집중하고 싶을 땐 채팅창만 켜 놓고 실시간 대화를 할 수도 있다. 내용을 조금 놓쳐도 살짝 올라가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평소 말투와 이모티콘 등의 부수적인 요소로 인해 뉘앙스가 아예 전달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대화하는 데 크게 지장 없을 정도로 잘 전달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환경적인 요인도 한몫 했을 수 있겠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사람과 피드나 DM을 통해 글로 소통하는 건 중학생 때쯤부터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연락처를 교환한 현실 인맥과 전화 통화를 하는 건 성인이 된 이후에, 20대 중반 정도부터 쌓여 온 비교적 짧은 역사였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는 익숙함의 차이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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