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6일 일요일 을사년 무인월 병진일 음력 1월 19일
어떤 대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할 때 공강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이틀 수업을 몰아서 듣는 한이 있어도 주말 외에 쉬는 날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루라도 더 쉬면서 학교에 다니겠다는 게 그들의 방식이다. 비단 수업을 들을 때만 아니라 일정을 잡을 때도, 한 번 나간 김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처리하고 귀가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듣자 하니 집을 나서는 것 자체에 에너지가 들어 그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하더라. 나에게는 그게 더 힘든 일이었지만 말이다.
일정을 마치고 에너지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다음 일정에 참여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 정도까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일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것들을 연결해 놓으면 에너지가 회복될 새도 없이 소비되어 버리고 만다. 수업 두 개를 연속으로 들으면 도저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수강신청을 할 때 수업과 수업 사이에 두세 시간 정도는 공강 시간을 마련하는 편이었다. 9시부터 11시까지 하나 듣고 13시부터 15시까지 하나 듣는 정도면 충분했다. 15시에 시작하는 수업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일정을 그렇게까지 분산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저녁때까지 학교 일정으로 갇혀 있기보다는, 서너 시 이후에는 학교 수업과는 무관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공강일 없이 주 5일 9시 수업으로 시작하여 서너 시에는 모든 수업을 마치는 게 나의 시간표 플랜 A였다.
매일 밖에 나가더라도 하루에 일정을 몰아넣지 않으려고 하는 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하다. 하루 일정은 두 개까지가 적당한 것 같다. 한두 가지 일정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면 차라리 괜찮은데, 자잘한 별개의 일정이 여러 개가 있을 경우에는 정신이 없고 일정 관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앞이나 뒤에 다른 일정이 있는 어느 시간대에 시간이 되냐고 묻는다면,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다른 날로 조율하려고 할 때가 많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한두 개의 일정을 유지하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는 가장 좋긴 하더라. 휴식마저도 주말에 몰아서 쉬는 것보다 하루 단위로 일정과 휴식이 공존하는 게 좋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주말마다 어떻게든 일정 하나씩 잡아서 나가곤 했다. 주로 혼자 공연을 보고 오는 것이었지만. 나의 2025년은 평일에는 공부라는 큼직한 일정을, 주말에는 주말알바라는 큼직한 일정을 박아두고 저녁 시간에는 필요에 따라 개인 일정 하나를 넣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하는 삶을 살아볼까 했는데, 일단은 보류다. 상당히 괜찮은 주말 일자리를 발견했었지만 마감 전 날 발견해 버려서 이력서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괜찮은 조건의 일자리를 발견한 건 거의 일 년 반 정도만이라 좀 아쉽긴 하다. 괜찮은 무언가를 또 발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