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7일 월요일 을사년 무인월 정사일 음력 1월 20일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격렬한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선호한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사이 어딘가에 있는 어떤 지점을 원하는 걸까. 사실은 좀 더 동적인 것도 싫지는 않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느낌이다. 체력과 지구력이 충분하고 신체적으로 충분한 역량이 되었다면 보다 격렬한 수준의 동적인 것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나는 독서를 거부하는 녀석이었다. 얌전히 앉아서 책이나 읽고 있는 그 범생이 이미지가 너무 싫었던 것도 있고(언제부터인가 일부 공부만 잘하고 융통성 없는 녀석들로 인해 어떤 편견 같은 게 쌓여 있었다), 애초에 그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을 못 견디는 녀석이기도 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쫓아갈 수 있을 정도로 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 걸 붙잡고 있느니 뛰어노는 게 훨씬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뛰어놀지 않게 되었는데, 언젠가 들은 바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 땐가 4학년 때의 담임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학교에서 어떤 지도가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에 따라 초등학교 저학년, 심지어는 유치원 때의 기억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던데, 나는 그 열 살 무렵의 드문드문 기억나는 어렴풋한 기억 조각이 그나마의 오래된 기억인 것 같다. 그 당시 담임교사의 지도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하여간 높은 데 올라가고 뛰어다니고 지 혼자 돌아다니며 놀다가 다리를 다쳐서 꼬매기도 하고, 그러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머리 쓰는 것보다 몸 쓰는 걸 선호하는 건 여전하지만, 지나치게 활동적인 것은 쫓아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운동을 하더라도 클라이밍(다이노 말고 스태틱한 동작만 한다)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정적인 운동을 선호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경쟁하는 팀 스포츠류는 그 무엇도 좋아해 본 적 없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호흡이 안 따라주는 게 느껴진다. 호흡에 대한 이슈는 어떻게 좀 해결을 하고 싶은데 몇 년째 감을 못 잡고 있다.
요즘은 검도에 약간의 흥미를 느끼고 있다. 사실 초등학생 때 배우고 싶어 했는데, 부모님이 피아노 학원이나 열심히 다니라며 안 보내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피아노보다 검도가 더 재미있고 내 성향에 맞을 것 같지만 말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정확히 움직여 베는 것. 어린 시절의 주의집중력으로는 잘하지는 못 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피아노보다는 훨씬 괜찮았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클라이밍도 그렇고 이렇게 실천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흥밋거리가 종종 있더라. 검도와 클라이밍 모두 4회기짜리 짧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약간은 배우긴 했다. 단지 좀 더 깊이 있게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은 걸 언젠가의 미래로 미루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