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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알람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을사년 무인월 신유일 음력 1월 24일

by 단휘

아침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하지만 대체로 바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아침에 일정이 있어서 의식적으로 날 깨우는 상황이 아니라면 보통은 좀 더 누워 있는다. 잠깐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한참 뒤에야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잠시 쉰다는 게 다시 잠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다음 알람까지만 누워 있자" 같은 건 아니다. 나의 알람은 오직 다섯 시 반에 울리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거면서 맞춰놓는 알람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 알람을 여러 개 설정해 놓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험용으로 한두 개 더 맞춰놓을 정도로 언제까지 일어나야 하는 것도 없고 말이다.


언제부터 단 한 번의 알람만을 설정해 놓고 살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대학생 때였을 것이다. 일어날 거면 지금 일어나고, 못 일어날 거면 그냥 좀 더 쉬어라. 대충 그런 느낌이다. 몇 년 전에는 어차피 못 일어나는 날이 더 많길래 그 한 번의 알람마저 아예 없애버린 시기도 있었는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나가며 아침이 있는 삶을 살자며 다시 설정했다. 그 알람 시간이 다섯 시 반인 건, 대여섯 시쯤 하루를 시작하는 게 가족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나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섯 시부터 가족들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일곱 시나 여덟 시쯤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은 다섯 시 반 조금 넘어서 방 문을 열고 나가면 아직까지 어제의 하루를 끝내지 않은 가족이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 그 시간까지 깨어 있으면서 아침에 어떻게 출근하는 건지 모르겠다. 열 시쯤 출근하는 모양이긴 하던데... 아무튼 가족들의 알람은 이곳저곳에서 들려 오지만, 내 방까지 유의미한 크기로 들리는 알람은 옆 방의 알람뿐이다. 거실이나 안방은 거리도 좀 있고 벽으로 막힌 부분도 있어 무언가 울리고 있구나 정도로만 인지되지만, 옆 방은 "옆 방"이라고는 하지만 문이 서로 마주하고 있어 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소리가 직접적으로 넘어온다. 때로는 노트북과 마주 보고 앉아 "나의 형제는 이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으면서 왜 알람을 맞춰 놓을까" 하고 생각한다.


다섯 시 반에 알람이 울리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건 보통 여섯 시에서 여섯 시 반 정도인 것 같다. 다시 잠들었다가 일곱 시나 여덟 시쯤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썩 좋은 경우는 아니다. 그 시간에 일어날 경우 외출을 준비하는 가족들과 동선이 겹쳐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하곤 한다. 괜히 와서 아침으로 무엇을 먹는지 관심 갖는다거나, 어디 나가냐며 기웃거린다거나 하며 내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기도 한다. 차라리 그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방 문을 열지 않고 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버티고 있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알람이 울린 후 한 시간 이내에 일어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주방과 화장실에서 처리해야 할 것들을 다 처리하고 방으로 돌아와 나의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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