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갑진년 계유월 정해일 음력 8월 18일
오늘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어제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다. 원래라면 나의 "친구"에 빠질 수 없는 무언가였으니 말이다. 이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필터링을 하다가, 또 어느 순간 다시 필터링 없이 내뱉다가, 긴 시간에 걸쳐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필터링을 하고 있는 시기다.
"그게 다 관심과 애정과 이것저것에서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자주 하던 말이다. 살미 님은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고 웅치 님은 그러려니 하는 것 같고 사람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이것저것'에 해당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경우도 있고. 사실 그 '이것저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열어 가며 필터링이 약해져 있는 편이었지만, 올 초에 다시 필터링이 강해졌다. 일시적으로 사람 만나는 게 줄어들면서 텐션이 떨어진 것도 있었고, 청년공간에 모이는 사람들끼리 서로 엮으려 드는 농담을 하곤 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왠지 피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류의 농담이라서 말이다. 인간관계 가지고 농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필터링을 하는 동안에도 내뱉지만 않을 뿐, 머릿속으로는 플러팅적인 발언을 중얼거리곤 한다. 어느 순간 누군가에 대해 플러팅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것을 인지하면 '이 사람 정도면 내가 친구로 인지하고 있는 걸지도?'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절하고 섬세한 데다가 다정하기까지 하단 말이지." 따위의 생각을 더 이상 내뱉지는 않고 있지만 말이다. 아마 직접적으로 내뱉은 마지막이 '청년공간 최고의 힐러'에 대한 거였을까. 이제 와서는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아쉬운 일이다.
슬슬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 중 세 번째로 친구로 인정한 사람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친구 비스꾸레한 무언가'라고 소개했을 때 서운해하는 기색이 보이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친구 비스꾸레한 무언가' 중에는 가장 친구에 가까운 사람이었어. ―라고 하면 변명 같으려나. 근데 사실 이 사람과 너무 친해지면 그곳에서 유지하고 있던 일종의 이미지 관리라던가, 격식 같은 게 너무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그런 걸 꼭 유지해야 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긴 하지만. 이 사람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이름들은 그들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닉네임이거나 늘 사용하던 뚜렷한 별칭이었는데, 지원사업에서 만난 이들 중 다수는 뭐라고 언급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본명을 쓰고 싶지도 않고, 이니셜을 이용한 익명 처리도 마음에 안 들고, 이름에서 따온 무언가도 그닥. (본인이 이름에서 따온 닉네임을 쓰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그걸 사용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 사람 말고도 언급하려다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애매해서 그냥 넘긴 사람이 더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니 이런 걸 고민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