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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피로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을사년 기묘월 정해일 음력 2월 20일

by 단휘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다. 잠드는 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야 흔히 있어 왔지만, 그래도 중간에 애매한 시간에 깨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자주 그런다. 서너 시쯤 되었을 때 잠에서 깨어나면 일어나기도 다시 자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느껴진다. 그래도 아침엔 알람이 울릴 테니 그때까지만 더 누워 있기로 한다. 그렇게 누워 있다 보면 다시 잠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눈만 감은 채 누워 있다가 알람을 끄기도 한다.


대충 검색해 보니 '새벽 각성'이라고 불리는 증상이라고 하는데 원인도 다양하고 유의미하게 도움이 되는 자료는 찾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도 피로가 가득한 느낌도 밤에 자다 깨곤 하는 것의 영향이 큰 것 같아서 어떻게 좀 하고 싶은데 말이다. 이것저것 활동하다 보면 오후에는 멀쩡한데 아침에 피로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불을 켜면 그 빛 자극에 의해 눈이 더 쉽게 피로해져서인지 새벽에 다시 자려고 할 때보다 잠이 잘 온다. 때로는 다른 신체 부위는 대체로 괜찮은데 눈만 피로한 경우도 종종 있는 것을 봐서는 눈이라는 녀석이 가장 쉽게 피로해지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많이 뒤척이기도 한다. 지금은 그 정도 공간이 안 나오지만 내 방의 가구가 지금보다 적었을 때, 그러니까 지금 상태보다 책장 두 개와 행거 하나가 덜 있었을 때는 가로로도 누울 수 있고 세로로도 누울 수 있는 바닥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는데, 그때는 이 방향으로 자서 저 방향으로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한쪽 끝에 누워서 한 팔을 뻗으면 반대쪽 끝에 닿는 정도의 공간이라 그 정도로 굴러다닐 물리적 공간이 안 되지만, 내 인형과 쿠션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얌전히 자는 것 같지는 않다.


듣자 하니 혼자 잘 때 유독 그러고 누군가와 함께 잘 때는 얌전히 잘 자는 편이라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 방에 인간 바디필로우를 하나 장만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다른 것보다도 중간에 깨는 것만이라도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좀 나을 텐데 말이다. 작년까지는 없던 증상인데 올해 언제부터인가 그러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점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정보에 대한 것도 다이어리 같은 데에 기록을 해 놓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취침 시간을 한두 시간 당겨 보려는 시도를 종종 하고 있는데, 살다 보면 자려던 시간에 아직 지하철에 있는 경우도 종종 있고,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계획했던 시간에 잠을 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왕이면 23시에는 자고 싶은데 현실은 자정이 넘어서 잘 준비를 하는 일이 많다. 때로는 1시가 다 되어갈 때가 되어서야 자리에 눕는다. 원활한 수면을 위해 사람 만나는 약속들의 해산 시간을 21시 컷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또 누군가를 만나면 헤어지기 아쉬워 더 늦은 시간까지 있어버리곤 한다. 그래도 슬슬 피로 관리라는 걸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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