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0일 목요일 을사년 기묘월 무자일 음력 2월 21일
유의미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이 있다. 그것들만 잘 붙잡고 살아도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을 텐데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그게 쉬웠다면 무슨무슨 시간 활용법이나 자투리 시간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도 없이 다들 그런 삶을 살고 있었겠지. 그것은 진부한 만큼 진리에 가까우면서 또 그만큼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흔히 진부한 말들은 그러기 마련이다.
종종 시간 활용의 애매함을 느낄 때가 있다. 기술교육원 수업 시작 전이나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곳에서 할 수 있을 만한 게 별로 없다. 노트북을 가지고 간다면 노트북으로 하던 작업을 좀 할 수 있겠지만, 수업 시간에는 강의실 컴퓨터를 쓰면서 그 짧은 순간순간들을 위해 노트북을 가져가는 것도 참 애매하다. 그렇다고 강의실 컴퓨터에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고. 여러 가지 고려해서 집 밖에서 하기 번거로운 작업들이 시간을 활용하기 더 애매하게 만든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지하철 이동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다. 네트워크 이슈로 인해 소셜 미디어에서 노는 게 확률적으로 되었다가 안 되었다가 하기에 핸드폰은 깔끔하게 넣어두고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오래된 핸드폰과 저가형 요금제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해 본다. 종종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책을 꺼내 들어 내 앞에 책이 있을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게 약간의 아쉬움이다.
아침 시간도 생각보다 잘 활용하지는 못 하고 있다. 알람이 울리는 시간에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오늘만 해도 알람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좀 건드리려고 했던 것은 또 저녁으로 미룬 채 적당히 글만 좀 끄적이다 나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간이 채워질 것 같다. 요즘 너무 순간순간의 즐거움에 넘어가 개인적인 일정들을 언젠가의 미래로 미루고 있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으니 오늘내일 사이에 좀 바로잡고 밀린 것들은 주말에 처리하려고 했지만 삶이라는 게 늘 그렇듯 의도했던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기에, 그 시작부터 늦게 일어나 또 조금씩 미루고 있다.
4월의 어느 시점까지로 마감이 정해져 있는 일정이 세 가지 있는데 대체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번역 프로젝트 같은 거야 나 혼자 하는 작업이고 일이 아니라 오픈소스 기여이기 때문에 마감에 쫓기지 않아도 되지만,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이왕이면 미루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집 밖에서 작업할 때는 하고자 한 것을 무리 없이 잘 해내는데 집에서는 일정이 지체되는 경향이 있는 건 왜일까. 역시 난 청년센터든 어디든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은 것 같다. 역시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