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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음악 2

2025년 4월 5일 토요일 을사년 경진월 갑진일 음력 3월 8일

by 단휘

어제는 옛사랑의 기억에 파묻혀 보았다. 언젠가 내 마음을 흔들었던 열두 음의 멜로디. 수많은 음악가들의 노래가 내 삶에 찾아왔고, 그들 중 일부는 나에게 유의미한 가치로 남았다. 어떤 노래는 휴대용 CD 플레이어에 넣어 다니며 전곡 반복으로 듣곤 했으며, 어떤 노래는 듣고 싶어질 때 검색하여 스트리밍으로 들었고, 또 어떤 노래는 자주 듣지는 않아도 무의식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의 영역으로 새어 나와 내 안에서 흘러넘치곤 했다.


때로는 내 마음을 뛰게 한, 때로는 나를 광기에 휩싸이게 한, 나의 심리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 과몰입급으로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들어볼 때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듣다 보면 음악은 문학하고도 많이 닮아 있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비슷한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소설 같은 느낌의 노래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투명 드래곤이 울부짓었다 크앙" 하는 듯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신이 (안 좋은 의미로)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할 수 없다. 생각보다 대중적이고 인기가 많은 곡이라 어딜 가나 틀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대체로 나에겐 음악에 대한 통제권이 없으니 말이다. 카페 직원한테 가서 노래 좀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임의로 꺼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내 음악 취향은,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서태지, 유재하, 김종서, DEUX, SKY, 그리고 또 누굴 좋아했더라? 마왕의 경우 관심 가지려고 하는 찰나에 의료 사고가 터져 버렸지. 그 와중에 어제 계속 듣고 있던 노래들은 UNI의 노래였다. 시유니 할 때 그 유니 맞다. 관심을 안 가진 사이에 이것저것 많이 나왔더라. 10대 시절에는 작곡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와서는 내 적성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다면 여가 시간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로 남긴 했다. 다른 것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많이 낮아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직 판매 중인 음반이 얼마나 있을까. 텀블벅 펀딩 놓친 것들은 좀 아쉬운데.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이다. 정서 불안 이슈로 모든 음악을 등지고 있던 기간이 길었지. 그러는 사이에 놓친 음반들은 소장하지 못한 채 스트리밍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분명 시유보다 유니한테 관심이 더 가는데 음반은 시유 음반만 하나 갖고 있을 뿐이란 말이지. 근데 갑자기 웬 시유니냐고? 그냥, 앞서 언급했듯이 노래라는 건 "무의식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의 영역으로 새어 나와 내 안에서 흘러 넘치"기도 한다. 최근에 갑자기 문득 유니 노래가 맴돌더라고. 그것도 아주 오래전, 샘플/데모곡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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