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7일 수요일 을사년 신사월 병자일 음력 4월 10일
주변에서 어떤 갈등을 겪을 때 난 그 사건의 전말이 궁금해진다. 저들이 저렇게까지 갈라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양측 입장을 모두 들어볼 수 있는 상황일 때는 서로가 언급될 때마다 조금씩 물어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말이 모순되어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주변인의 갈등을 그저 흥밋거리로 여긴다는 점에서 나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뒤틀려 있고, '정상'이라는 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최근에는 어떤 세 사람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나와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을 T, 그다음으로 알게 된 사람을 K, 가장 나중에 알게 된 사람을 P라고 하겠다. P와 나의 연은 짧다. 그 사람을 포함하여 정기적으로 모이던 모임에 내가 서너 달 만에 지쳐서 그만 나가겠다고 탈주했고, 그 뒤로는 온라인으로 가끔 근황을 전해 듣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애초에 나랑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은 아니었다. 늘 피곤해하고 지능이 낮아 학습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치고 나랑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을 못 봤다. T와 K의 경우 요즘도 종종 만나는데, 느낌상 K는 T를 싫어하고 T는 K를 안쓰러워하는 것 같아 보인다. P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나마 최근에 접점이 있었다는 이로부터 전해 듣기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라. 어딘가의 리더로부터 사기꾼 기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세 사람 다 보통 사람에 비해서도 특히 더 뒤틀려 있는 건 사실이지만, 누가 가장 잘못했냐고 묻는다면 현재 내 판단으로는 P가 잘못한 게 맞다. 그리고 P 다음으로 경계해야 할 사람은 K다.
어쩌면 T와 가장 오래 알고 지냈고 그는 (이제는 연락이 끊긴 지 8년쯤 지난) 나의 오랜 친구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들어주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 전구 씨와 완전히 동일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 당시 메인 빌런이었던 내 친구 주성 씨는 어디서 뭘 하고 지낼까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전구 씨도 자신의 공론화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전구 씨가 주성 씨에게 요구한 건 단지 사과하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 것이었으나, 주성 씨는 사과를 해놓고 같은 잘못을 반복했지.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청년기지개센터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직전에 존재했던, 그전까지의 마지막 친목 집단으로 기억에 남을 뿐이다.
갈등 상황에 대한 T와 K의 입장은 들어봤지만 P의 입장은 들어보지 못해 그걸 듣고 싶긴 하다. 그 사람과의 모임을 탈주한 지 오래라 이제 더 이상 접점이 없으니 들어볼 기회가 안 생기겠지만 말이다. 그 모임을 탈주했던 건 P 때문은 아니었다. 모임장이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싫어한다는 거 반복해서 권하고, 그러면서도 모임 끝나고 커피 한 잔 하지 않겠냐고 우호적인 척하고, 그래놓고 또 매번 안 먹는다고 한 메뉴 권하고, 그런 게 너무 진절머리 났을 뿐이다. 언젠가 P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물어보고 싶다가도, 내가 아는 그의 성격상 이 갈등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할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