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2일 월요일 을사년 신사월 신사일 음력 4월 15일
때로는 효율성보다는 익숙함을 따른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 흔히 그런다. 집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10여 분을 이동해도 지하철역이 있고 북쪽으로 10여 분을 이동해도 지하철역이 있고 동쪽으로 10여 분을 이동해도 지하철역이 있지만 난 주로 그중 동쪽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사실 서쪽으로 이동할 때는 서쪽에 있는 지하철역을 통해 가는 게 효율적인데, 동쪽에 있는 지하철역과 같은 노선이라 어차피 지하철을 타고 그곳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걸어서 가는 시간이 비슷하니 지하철로 동쪽의 역에서 서쪽의 역으로 이동하는 시간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난 그저 익숙함에 취해 동쪽의 역으로 향한다.
어차피 지하철 한두 정거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 몇 분 정도는 나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위해 소비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해도 이동의 복잡도가 서쪽이 더 높다. 지하철 역사 내부가 특히 그렇다. 서쪽의 역에서 5호선을 타려면 동쪽의 역보다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애착이기도 하다. 난 학생 때부터 우리 동네의 서쪽 옆동네보다 동쪽 옆동네에 더 친근감을 갖고 있었다.
북쪽에 있는 지하철역은 이용을 안 하는데, 거기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괜히 그쪽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그곳으로 가는 길이 대체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그저 도로뿐인 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왠지 잘 안 가게 되는 동네다.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동네는 참 미묘한 곳이다. 어느 방향의 옆동네로 향하든 골목을 타고 구석진 길로 가지 않고 큰길로 걸어가려면 각각 하나의 루트만 존재한다. 그 '하나의 루트'에 대한 선호도가 동쪽이 가장 높다. 남쪽으로는 애초에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북쪽 동네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서쪽은 그래도 갈 만하긴 한데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 정도.
그렇게 동쪽으로 향하다 보니 동부와 중부 사이에 걸쳐 있는 성동구의 지리적 특성과 별개로 체감상 서울 동부권 사람이라고 인지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는 것만 성동구에 살지 동대문구/광진구 생활권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즘은 기술교육원에 다니느라 강동구까지 생활권이 동쪽으로 늘어나 완전히 서울 동부권 생활권자이긴 하다. 중부는 혜화 말고는 딱히 나와 접점이 없는 느낌이다. 성동구에 살기 시작한 지 슬슬 25년이 되어가며 거의 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성동구는 나에게 별로 익숙하지 않은 동네다. 미취학아동 시절에 서울로 올라와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동구에서 나왔으나 대학을 나온 광진구가 훨씬 익숙한 느낌이다. 아니, 4.5년 동안 대학을 다닌 광진구보다 그 위의 동대문구가 더 익숙한 느낌이다. 성동구는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기억이 대부분인 탓일까, 별다른 추억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