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간식

2025년 5월 11일 일요일 을사년 신사월 경진일 음력 4월 14일

by 단휘

방에 간식을 쌓아두고 산다. 대체로 내가 산 건 아니고 어디선가 생긴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래, 이것저것 주변에서 생기는 게 많다. 취업 경력이 없는 상태로 고정적인 수입 없이 어떻게 살아남았나 했더니 옷이나 간식 같은 건 어디서 자꾸 생기곤 한다. 가족에게 얹혀사는 것도 살아남는 데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나의 간식 상자에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부터 잘 안 먹는 간식까지 이것저것이 들어 있다. 대충 25x30x5 정도의 크기로 추정되는 상자에 들어있는 녀석들 중 일부는 내가 영 먹지 않음에도 어쩌다 보니 존재하는 것들이다.


사실 좋아하는 간식도 그리 자주 먹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간식이 뭐냐고 하면 원탑은 밤양갱이지만 (덕분에 한창 그것에 대한 노래가 유행할 때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며 매물이 줄어들어 불만이었던 적이 있었지) 그것마저도 잘 안 줄어든다. 일단 배가 고프지 않으면 식사는커녕 간식도 생각이 안 나는 편이다. 너무 오래 쌓아두면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지금은 노트북 바로 옆에 상자를 꺼내 놓았다.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느낌은 아니지만 말이다.


상자에 들어 있는 건 대체로 과자인데 육포 같은 안주거리도 있다. 다만 집에서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잘 안 챙겨 먹는 습관이 있어 반쯤 방치되어 있다. 그마저도 자주 마시진 않고 말이다. 애플퍼커는 두어 번 마실 정도의 양이 남아 있고 깔루아와 보드카는 꽤나 많이 남아 있는데, 앞으로도 꽤 오래갈 것 같다. 헌혈의집에서 받은 편의점 쿠폰으로 조만간 토닉워터나 더 사 와야겠다. 헌혈하고 받은 걸 알코올 마시는 데 쓴다고 하면 좀 그런가? 어찌 되었건 그러면서 나의 안주거리도 털어봐야지. 이러다는 소비기한이 지나고 말 것이다.


과자들은 집에서 먹기보다는 어딘가에 챙겨 가는 편이 더 잘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는 영 먹지 않는 간식도 기술교육원에서는 잘 주워 먹는다. 급식이 부실한 만큼 어떻게든 열량을 확보하기 위함일까. 생각해 보면 나에게 간식은 맛의 자극이라기보다는 칼로리 보충제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식사를 제대로 하고 다닐수록 간식이 줄어들지 않는다. 5월 들어서 지난 몇 개월 중 간식 소비량이 가장 늘었다는 건 여담. 기술교육원 급식은 충분히 먹은 것 같아도 늘 만족스럽지가 않다. 원래 네 시쯤 수업을 마칠 때가 되면 슬슬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두어 시쯤 이미 허기를 느끼기도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가방에 넣어 다니던 간식을 다 비우고 모자라더라. 생각난 김에 간식을 더 채워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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