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식비

2025년 5월 10일 을사년 신사년 기묘일 음력 4월 13일

by 단휘

식당이나 카페에서 가격이 오른 메뉴를 마주할 때면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된다. 요즘 같은 물가에도 한 끼에 만 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버티는 나 같은 녀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있다. 밖에 오래 있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어쩔 수 없이 사 먹게 되는데, 그때마다 가격을 보고 이게 맞나 싶다.


식당에서 만 원을 넘게 소비했는데 약간의 허기를 느끼며 나오는 경우에는 음식에 대한 만족 여부와는 별개로 썩 유쾌하지 않다. 얼마 전에 만 삼천 원을 내고 허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지 않고 먼저 간다고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멀쩡한 밥집 놔두고 술집에서 식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술을 안 마시고 싶으면 안 마셔도 된다며 술집으로 데려가는데, 내가 술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건 술을 마시기 싫은 게 아니라 합리적이지 못한 안주의 가격에 대한 불만인 거다. 안주 가격만으로도 포만감에 비해 식비가 과도하게 나올 게 분명한데 거기에 술값까지 더하고 싶지 않아 안 마신다고 하는 거지 술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식사를 하자고 하기에 당연히 밥집인 줄 알았는데 술집이어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던 게 이번 주에만 두 번이나 있다. 이틀 연속으로 그러고 나니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한다. 화요일의 모임 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림 님이 비용 부담을 조심스레 티 내고 있었는데 보바 님과 모임장이 거기가 쾌적하고 좋다며 반쯤 강행한 것이었다. 덕분에 앞으로는 그들을 만날 땐 식사를 하고 만나거나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빠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자체는 괜찮은데 함께 식사를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때로는 키오스크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 주문하곤 한다. 메뉴는 정했는데 곱빼기(+1000) 옵션을 선택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다. 기본 사이즈로는 양이 부족할 게 뻔해 보이는데 천 원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허기를 남기는 일이 많다. 그래서 무료 사이즈업이 제공되는 긴자료코나 겐로쿠우동 같은 곳에 가곤 했던 것 같다. 둘 다 내가 썩 좋아하는 메뉴 구성은 아니지만 말이다. 분명 내가 겐로쿠에 처음 갔을 땐 지도리우동이 팔천 오백 원이었는데 어느새 만 원을 넘겼더라. 만 원을 넘기면서부터는 잘 안 가게 되었다. 요즘 물가를 받아들이긴 해야 할 텐데 아직 무의식이 거부하고 있는 모양이다.


식비와 포만감 사이에서 타협을 보지 않고 마음껏 섭취할 수 있는 녀석이 되고 싶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었다면 좀 더 거리낌 없이 사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기술교육원을 수료한 후 어딘가 적당한 곳에 취업하게 된다면 곱빼기(+1000)나 고수 추가(+1000) 같은 옵션을 고민 없이 누르고 다닐 테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이미 허기를 느끼고 있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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