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영상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을사년 신사월 계사일 음력 4월 28일

by 단휘

역시 영상 매체는 쉽지 않다. 늘 그래왔다. 학생 때 교사가 수업 자료로 영상을 틀어주면 거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곤 했다. 저 평면 너머의 움직임들은 대체로 그렇다.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러 갈 경우 높은 확률로 자다 온다. 액션 영화마저도 자더라. 학교에서 미션 임파시블인가 하는 영화의 단체 관람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도 자다 나온 기억이 있다. 영화관은 영상 매체일 뿐만 아니라 시청각 자극이 너무 과해서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다. 방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보면 영화관에서보다는 수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상대적인 것일 뿐 그렇게 보는 것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집에 초대해 놓고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놀기보다는 넷플릭스로 무언가 틀고자 하던 언젠가의 누군가는 상당히 불쾌했다. 두 번 정도 반복하고 나니 더 이상 그의 초대에 응하고 싶지 않아지더라. 그 사람의 경우 넷플릭스는 결정타였을 뿐, 싫어한다는 것을 계속 권하고 관심 있다는 듯 물어봤던 그 모든 것을 다음번에 기억 못 하고 다시 물어보는 일이 잦아서 쌓인 불만이 많았던 거지만.


하여간 그런 의미에서 영상 강의는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여도 보기 힘들다. 처음엔 열심히 보려고 했지만 결국 지친다. 기술교육원 금요일 수업은 온라인인데 지금 3주 치 수업이 밀려 있다. 정말 보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틀어만 놓고 싶지도 않다.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버리는 본성과 그래도 기술교육원 수료는 해야지 하는 이성의 갈등이다. 언제까지나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과제를 거부하여 C+를 받던 대학생 때처럼 살 수는 없으니 하긴 해야지. 일단은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 영상 강의는 시험 후로 미루고 있다. 시험 준비는 오히려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다. 초반에는 자료를 왜 인제 줘요,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내 역량으로는 생각보다 시간은 충분했다. 자신 없던 실기 시험도 한 달이면 준비가 충분하다니, 확실히 나는 기술 쪽으로는 적성이 있는 편인 것 같다. 대체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 같다. 기획이나 뛰어난 발상 그리고 트렌드 활용 같은 기술 외적인 부분을 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요즘 사람들은 숏폼을 즐겨 본다는데 난 그것도 어렵더라. 무엇보다 요즘 영상들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따라가기 힘든 게 많더라. 인스타그램 탐색 탭에서 마주친 릴스도 썸네일이 흥미로워 클릭한 후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지 못해 중도 이탈을 하다가 결국 안 보게 된다. 유튜브도 몇 년 전에 전지적할부지시점 보려고 처음 보기 시작했다가 판다와쏭이 시작되어 그렇게 두 가지만 보고 있었는데 몇 개월 지속하다 보니 매주 그렇게 챙겨 보는 것도 힘들어 조금씩 밀리다가 언제부터인가 아무것도 안 보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달라 이렇게 되었을까. 일반적인 것에서 거리가 멀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관심을 끌 만한 것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대체로 마이너다. 대중적인 것은 내 관심을 끌지 못할 확률이 높기에 그런 것을 다루는 일은 나에게 큰 난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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