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을사년 신사월 무술일 음력 5월 3일
슬슬 힘든 시기가 다가왔다. 완전히 잊고 있던 감각이지만 다시 익숙해져야지. 학창 시절 내내 겪던 이슈를 세상을 등지고 지낼 땐 겪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마주한다. 온몸이 뻐근하게 아프다. 통증이 심한 건 아니지만 거슬리는 감각으로 날 자극한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정신이 멍해진다. 모든 입출력에 지연이 생긴다. 절전 모드에 진입하려고 한다. 명백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단 하나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난 여름과 관련된 것 중에 에어컨이 가장 싫다. 더위나 장마나 모기 같은 것보다도 에어컨이 나에게 주는 피해가 가장 크다.
한여름에 '서울에서 에어컨 쐬기'와 '대구에서 에어컨 없이 살기'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더워서 땀범벅이가 되는 게 차라리 에어컨보다 낫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크더라. 누구는 더우면 짜증이 밀려오지만 추우면 그냥 추울 뿐이라고 하던데, 나는 반대로 더우면 그냥 더울 뿐이지만 추우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여름의 대구에 놀러 갔을 때도 일상생활이 안 되는 수준의 더위는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에어컨의 문제는 온도가 아니다. 에어컨으로 인해 춥다고 느끼기 전에 다른 불편한 감각들이 먼저 밀려온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에어컨을 힘들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충 추위를 잘 탄다고 주장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나와 겨울을 함께 한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거다. 봄이나 가을에 입을 만한 옷을 겨울에 입고 다니다 안 춥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반적으로 더위보다는 추위에 더 취약한 건 사실이라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은 한겨울에 집에서나 쓰던 털망토를 사물함에 넣고 다닌다. 매일 긴팔 긴바지 위에 그것을 눌러쓰고 수업을 듣는다. 긴팔티에 외투 한 겹까지 해서 총 세 겹을 입고 있을 때가 많다. 언젠가 취업을 하고 직장이라는 게 생기면 자리에 경량 패딩이라도 구비해 두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에어컨을 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추우면 껴 입으면 되지만 더우면 벗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주류 의견이니 어쩌겠나. 어떻게든 나의 생존 방식을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