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힘든 시기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을사년 신사월 무술일 음력 5월 3일

by 단휘

슬슬 힘든 시기가 다가왔다. 완전히 잊고 있던 감각이지만 다시 익숙해져야지. 학창 시절 내내 겪던 이슈를 세상을 등지고 지낼 땐 겪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마주한다. 온몸이 뻐근하게 아프다. 통증이 심한 건 아니지만 거슬리는 감각으로 날 자극한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정신이 멍해진다. 모든 입출력에 지연이 생긴다. 절전 모드에 진입하려고 한다. 명백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단 하나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난 여름과 관련된 것 중에 에어컨이 가장 싫다. 더위나 장마나 모기 같은 것보다도 에어컨이 나에게 주는 피해가 가장 크다.


한여름에 '서울에서 에어컨 쐬기'와 '대구에서 에어컨 없이 살기'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더워서 땀범벅이가 되는 게 차라리 에어컨보다 낫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크더라. 누구는 더우면 짜증이 밀려오지만 추우면 그냥 추울 뿐이라고 하던데, 나는 반대로 더우면 그냥 더울 뿐이지만 추우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여름의 대구에 놀러 갔을 때도 일상생활이 안 되는 수준의 더위는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에어컨의 문제는 온도가 아니다. 에어컨으로 인해 춥다고 느끼기 전에 다른 불편한 감각들이 먼저 밀려온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에어컨을 힘들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충 추위를 잘 탄다고 주장하고 넘어가긴 하지만 나와 겨울을 함께 한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거다. 봄이나 가을에 입을 만한 옷을 겨울에 입고 다니다 안 춥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반적으로 더위보다는 추위에 더 취약한 건 사실이라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은 한겨울에 집에서나 쓰던 털망토를 사물함에 넣고 다닌다. 매일 긴팔 긴바지 위에 그것을 눌러쓰고 수업을 듣는다. 긴팔티에 외투 한 겹까지 해서 총 세 겹을 입고 있을 때가 많다. 언젠가 취업을 하고 직장이라는 게 생기면 자리에 경량 패딩이라도 구비해 두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에어컨을 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추우면 껴 입으면 되지만 더우면 벗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주류 의견이니 어쩌겠나. 어떻게든 나의 생존 방식을 찾아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0 관계와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