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방황 2

2025년 6월 4일 수요일 을사년 신사월 갑진일 음력 5월 9일

by 단휘

언젠가 추구하던 바임에도 어느 순간 잊힌 삶의 가치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잊어버린 후 한참이 시간이 지난 후에 새삼 다시 깨닫곤 한다. 잊지 말고 지켜 나가야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야 마는 것들. 하려고 마음먹는 데까지 오래 걸릴 뿐 하고자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도 그저 나의 패기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해내지 못한 것들은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잊혀 사라져 간다.


큰 사건이 있고 나서야 내가 추구하던 건 이런 거였는데 하고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도망쳤던 시간들과 마주한다. 빛바랜 나와의 약속을 끄집어낸다. 안녕. 결국 못 지킨 채 흩어져 버린 조각들을 쓸어 모은다. 잊어버린 깨달음을 다시 느끼며 그렇게 우린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가는 걸까. 흔들리다가도 또 무너지다가도 우린 결국 어떤 지점에 도달하고야 만다.


평소에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하철의 덜컹거림 하나하나 귀에 꽂힌다.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작게 깔려 있는 사람들의 걸음 소리와 부스럭거림, 그리고... 열두 음의 멜로디가 나를 찾는다. 음악 하고는 담을 쌓고 지낸 지 오래지만 가끔 그것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곤 한다. 아주 오래전,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맴돈다. 기억 저 편에 잊고 지내던 노래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언젠가의 기억이 함께 튀어나오기도 한다. 음악이란... 뭘까. 아무것도 안 듣고 다닌 지도 7~8년 정도 된 것 같은데, 10년 전쯤 들었던 노래가 갑자기 튀어나오곤 하니.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유년 시절의 놀이터 같은 무언가, 이뤄가기도 하고 잃어가기도 하는 꿈들, 그리고... 뭐였을까. 이제 와서는 이것저것 뒤섞인 듯한 느낌을 받으며 어디론가 흘러갈 뿐이다. 어디까지가 나의 이야기고 어디까지가 너의 이야기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그 구분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우리'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나는 '우리'를 붙잡을 수 있을까. 언젠가 '우리'였던 것들의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4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