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캘린더

2025년 6월 11일 수요일 을사년 임오월 신해일 음력 5월 16일

by 단휘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분명 이 날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캘린더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무슨 일정이 있는 날이더라. 어떤 일정은 문자 메시지에 날짜를 검색해서 찾아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정이 더 많다. 저 날 일정이 있나? 없나? 다른 일정을 잡아도 되는 건가? 가끔은 적혀 있지 않은 일정이 뒤늦게 파악되기도 한다. 일정 하루 전에 리마인드 연락을 주시는 곳이 많아 다행이다.


웬만한 일정들은 확정되는 즉시 캘린더에 일정과 관련된 안내 사항을 붙여 넣는다. 사적인 만남의 경우 만나는 상대의 이름을 적어 놓기도 하고 충분한 정신적 여유가 없을 땐 대충 키워드만 적어 놓기도 하지만 말이다. 키워드조차 적어놓지 않았을 경우 미지의 일정이 되어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적어놓지 않고도 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는 확정되지 않은 일정도 캘린더에 옮겨 넣기도 한다. 아직 불확실한 일정이라는 것과 언제 선정 안내가 오는지를 함께 적는다. 그것에 선정되면 불확실하다는 표시를 지우고, 선정되지 않으면 해당 일정을 지워 버린다. 때로는 선정되지 않았음에도 지우지 않고 불확실 상태로 남은 일정도 있다. 없는 셈 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일정을 놓치기 쉽다. 일정이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단 하나의 일정이 있더라도 그 일정에 대해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쪽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더라. 일정이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헷갈리거나 수많은 일정 중 한두 개가 누락되는 것 말고는 일정을 잊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니 엄청나다. 한 학기 내내 요일과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대학 강의마저도 수업 시작 15분 전에 알람을 맞춰 놓지 않으면 제 때 갈 자신이 없던 녀석으로서는 좀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기억을 잘 못 해도 캘린더에라도 잘 적어놓으면 다행인데 가끔 그렇지 못할 때가 있는 게 문제다. 오늘 아침에도 누락되어 있던 일정 하나를 구글 캘린더에 등록했다. 잘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 잘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편차가 큰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8 9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