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금요일 을사년 임오월 계축일 음력 5월 18일
양산 치고 꽤나 큰 녀석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너무 작아 우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진절머리가 나 작은 녀석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3단 경량우산의 경우 갑작스러운 비에 머리만 살짝 가려주는 느낌으로 우산을 써도 하체는 물론이고 상체까지 젖는다. 그리고 작은 우산일수록 사용 후 다시 접어 넣으려고 할 때 우산 끈이 잘 안 감긴다. 그리하여 작은 우산을 싫어하는 성향과 선크림을 바르지 못해 양산이 필요한 체질의 콜라보로 커다란 우양산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보통 그 정도 크기면 순수 우산이거나 주요 기능이 우산인 녀석인데, 우연히도 주요 기능이 양산이며 우산으로도 겸할 수 있다고 적힌 녀석을 만났다. 원래는 가방 한 구석을 차지할 2단 우양산을 하나 장만하고자 하였는데,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날 비가 올 때 가족이 차 트렁크에서 하나 챙겨준 게 이 녀석이었다. 적당히 크고 튼튼하면서도 양산의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 그 이후로 애용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받아 뜯지도 않고 비상용으로 트렁크에 방치되어 있었던 녀석인데 난 꽤나 마음에 든다.
요즘은 햇빛이 쨍할 때가 많다. 확실히 여름이 되어가고 있다. 5월 말에는 점심에 식사를 하러 갈 때 양산까지 쓸 정도는 아니고 후드를 눌러쓰고 다녀왔는데 지난주 정도부터는 그렇게 다니는 것도 약간 힘들다는 걸 느꼈다. 좀 더 그대로 버티다가 안 되겠다 싶어 이번 주 중간부터는 조금 걸리적거리더라도 양산을 쓰고 식사를 하러 가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는 양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매우 드물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종종 보이더라. 양산에 대해 '그 정도까지 한다고?' 하는, 햇빛에 대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선크림을 바르지 못해 양산을 쓰는 사람 말고도 선크림의 화학적 성분이 좋을 게 없다며 피부 관리 차원에서 양산을 쓰는 사람이나, 두어 시간마다 덧바르기 귀찮다고 양산을 쓰는 사람, 직사광선의 열기도 피할 겸 양산을 쓰는 사람, 선크림과의 이중 보호로 양산을 쓰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양산을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왜 양산을 쓰냐고 묻는 사람도 줄어든 것 같다. 큼직한 우양산을 쓰고 다니다 보니 그 크기에 놀라며 흥미를 갖는 사람은 가끔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