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기상 시간

2025년 8월 7일 목요일 을사년 계미월 무신일 음력 윤6월 14일

by 단휘

어째서인지 다른 그 무엇보다도 기상 시간이 늦어졌을 때 의욕이 확 사라진다. 하려던 게 잘 안 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보다, 열심히 하던 걸 완전히 갈아엎게 되는 것보다, 지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늦잠이 주는 영향이 크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 건 아니다. 기준점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일곱 시 반에 일어나면 하루의 시작이 좋지 않다. 그날은 무기력한 상태로 오전을 통째로 날려 버리게 될 확률이 높다. 중간에 감정을 환기시켜 줄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하루 종일 그러고 있을 수도 있다.


한창 과수면이 심해 오전 내내 잠으로 보내는 날이 많았던 시기에는 의욕 없고 무기력한 상태가 기본값이었다. 청년이음센터 초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지금이야 몇 개월동안 9시까지 명일역으로 가서 수업을 듣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지냈지만 당시에는 오전에 복지관까지 갈 자신이 없다며 흥미로워 보이는 프로그램을 패스하기도 했다. 늦게 일어나면 프로그램까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도 괜히 '그냥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아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클라이밍에 흥미를 느끼고 남들 출근하고 공간 널널할 때 하러 가려고 일찍 일어나게 되며 그런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현재의 기상 시간은 여섯 시 정도다. 알람은 다섯 시 반에 울리기 시작하는 녀석 하나로 충분하다. 아무튼 듣고 일어나서 끄던가, 못 들으면 그냥 일어나질 때 일어나는 거다. 알람을 들으면 일단 끄고 기상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다음 알람까지 더 자다 일어난다는 사람도 있던데 내 성향에는 안 맞는 것 같다. 그 십 분 더 자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회복을 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어나야 하는 거면 차라리 일어나서 잠을 깨고, 빠른 기상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그냥 다음 알람 할 거 없이 푹 자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이게 내가 아직 '늦으면 어쩔 수 없고'의 상황만을 살아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9시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거 말이다. 수업이야 뭐 늦으면 내 팔자일 뿐이니까. 언젠가 필수적인 9시 출근을 하면서도 저래 여기나 살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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