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피로

2025년 8월 22일 금요일 을사년 갑신월 계해일 음력 윤6월 29일

by 단휘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는 순간,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여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환청이나 이명 같은 게 들리는 건 아니고, 평소에 민감하지 않아 들리지 않던 주변 소리—가령 삐꺽거리는 소리라던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같은, 때로는 사람들 발소리마저도 포함된다—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이다. 평소에 맡지 못하는 냄새를 피로가 쌓여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땐 강하게 맡는다는 건 10대 후반에 알게 되었는데, 소리에 대한 건 최근에 인지했다.


건강검진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좌우 소리가 나는 방향의 손을 드는 테스트를 하면 늘 이상이 없으니 양쪽 귀가 다 잘 들리는 게 맞긴 할 텐데, 그렇게 명확한 좌우 구분이 있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삼차원 공간에서 소리를 들을 땐 방향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명백히 오른쪽 뒤에서 시작되어 내 옆을 지나쳐 오른쪽 앞으로 지나가는 자전거 체인 소리는 상당히 낯선 영역이었다.


생각해 보면 피로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긴 하다. 집에 오래 있을 때 특유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싫어 시간이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참여하러 가거나 모임이 있으면 참여 의사를 밝히곤 하니까. 탈고립 중임을 주장하지만 집에 있으면서도 고립과 은둔의 늪에 다시 빠져들 것만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로 회복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머무를 수는 없으니 탈고립 타이틀로 살짝 나를 몰아붙인다. 너무 과하지는 않게, 적절한 압박과 자극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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